재판부는 1월 초까지 현재 진행 증인 신문을 모두 마치고 국정원이 제출한 녹음파일을 3, 4일에 걸쳐 법정에서 직접 청취한 뒤 피의자 신문을 1, 2일 정도 가질 계획이다. 이어 검찰과 변호인의 추가 신문이나 자료제출이 없으면 1월 중순 결심공판을 갖는다. 판결문 작성에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판결은 2월 중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판은 매주 4번씩 진행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거의 추가되지 않고 검찰 공소장 내용에 대한 공방이 주로 벌어졌기 때문에 검찰이 핵심 증거로 내놓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이번 재판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보자 이모 씨가 녹음해 국정원에 제출한 녹음파일은 모두 47개. 이 중 녹음기나 1차 녹음저장매체에 담긴 원본이 12개, 디지털 녹음기에서 외부 저장매체에 옮겨놓은 사본이 35개다. 총 녹음시간은 70시간 분량이지만 회합 전 잡담이나 잡음으로 청취가 불가능한 부분을 제외하면 50시간가량이다.
이 중 내란음모를 논의했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5월 12일 서울 마포구 모임의 녹음은 3시간가량, 5월 10일 경기 곤지암 모임의 녹음은 20분가량으로 모두 원본으로 존재한다.
검찰은 이미 제보자 진술과 녹음을 위한 감청영장 발부 사실, 국과수 및 대검의 감정서, 수사관의 입수경위 진술 등을 통해 위법적으로 수집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돼 증거능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공판 내내 “이 씨가 국정원에 포섭돼 동료들을 배신하고 얻어낸 불법적 자료이고 원본을 옮긴 사본은 더 말할 것도 없다”며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고 있다. 녹음파일이 위법 자료인 만큼 법정에서 청취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원지검 최태원 공안부장은 “디지털 녹음기에 저장된 내용을 외부 저장매체에 옮겨놓은 사본도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지난해 나왔다”며 “검찰이 제출한 사본도 모두 위변조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한 만큼 증거로 채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원지법 이정원 공보판사는 “위변조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원본의 경우 위법수집되지 않았고 사본의 경우 원본의 존재를 입증한다면 청취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음파일이 증거로 채택되면 이를 받아 적은 녹취록도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이 씨가 손목시계 형태의 촬영기로 녹화한 동영상도 법정에서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20건(9시간 분량) 중 5월 12일 모임은 1시간 분량으로 소리는 녹음이 안 된 채 영상만 있지만 이석기 피고인을 비롯한 주요 회합 참석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자료들이 증거로 채택돼도 유죄 증거로 판단할지는 재판부의 몫이다.
5월 모임에서 나온 발언들이 사실이라 해도 내란음모로 인정할지는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RO(혁명조직)가 체계와 강령을 갖고 내란음모를 꾀한 조직인지도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검찰은 제보자의 진술 등에 의거해 RO가 북한을 추종하는 혁명세력이라고 하는 반면 변호인단은 RO의 실체가 없고, 5월 모임 등은 단순한 정세강연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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