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vs 응징… 南北 살벌해지는 ‘말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北 잇단 대남 도발 위협]
强대强 대립… 긴장 수위 높아져

김정은, 장성택 처형뒤 첫 야전부대 시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4일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일을 맞아 526대연합부대 지휘부를 시찰했다. 526대연합부대는 평안남도 남포에 사령부가 있는 3군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찰에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왼쪽), 이영길 군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등이 동행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을 양옆에서 수행하는 군인 2명은 현지 부대 책임자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장성택 처형뒤 첫 야전부대 시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4일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일을 맞아 526대연합부대 지휘부를 시찰했다. 526대연합부대는 평안남도 남포에 사령부가 있는 3군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찰에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왼쪽), 이영길 군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등이 동행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을 양옆에서 수행하는 군인 2명은 현지 부대 책임자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최근 귀측은 우리 내부 문제를 걸고 마치 그 무슨 급변사태라도 도래할 것처럼 없는 사실을 날조 유포하면서 부산을 피우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 최고 존엄에 대한 특대형 도발을 반복한다면 가차 없는 보복 행동이 예고 없이 무자비하게 가해질 것입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서기실이 19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전화통지문의 주요 내용이다. 북한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앞으로 서신을 보내 대남 도발을 경고한 것이다. 이 통지문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전격 처형 사태를 자신들의 ‘내부 문제’로, 이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우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모함으로 규정했다.

특히 ‘광고(예고) 없는 공격’이라는 표현이 반복돼 사용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16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전쟁은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이래 국방위 전화통지문(19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526대연합부대 방문(24일)에서 비슷한 표현이 잇달아 나왔다. 또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5일 발표한 ‘공개질문장’에서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보다 더한 대결 정권으로 조선반도 평화 파괴와 긴장 격화의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각종 도발의 원흉인 박근혜 패당이 그 누구(북한)에 대해 도발이니 뭐니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여성 비하적 발언을 포함해 도를 넘어선 비난”이라며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26일 중 정부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 남북 ‘강 대 강’ 분위기가 우발적 국지전으로 비화될 수도

우리 정부는 ‘도발에는 강력한 응징’이란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7일 예정에 없던 전국 지휘관 긴급회의를 소집해 “북한이 도발하면 곧바로 가차 없이 응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지 도발과 전면전 위협에 동시에 대비하면서 적이 도발하면 지휘·지원 세력까지 강력히 응징해 도발 의지를 완전히 분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북한 전통문에 대한 답문에서도 “북측이야말로 현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후 처음으로 전방부대를 찾은 24일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단호하고 가차 없이 대응해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강경하게 반응하는 것은 북한의 내부 사정이 복잡한 가운데 잇달아 위협이 나오는 만큼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측근들의 충성 경쟁, 김정은의 오판 등이 겹치면서 북한이 우발적으로 도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장성택 처형을 ‘북한 정권 수립 68년 만의 주요 전환점’ 가운데 하나로 지정한 만큼 그 후폭풍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인들이 계속 상부에서 긴장 고조 압박을 받으면 피로감이 쌓이고, 이는 우발적인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과거에도 남북 대립이 오래가면 결국 국지전으로 비화했다”고 우려했다.

○ 북한의 심상치 않은 내부 단속 분위기

김정은은 19일 방북한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을 만나지 않았고 북한 언론의 보도도 없었다. 올해 2월과 9월 방북 때 김정은 면담은 물론이고 북한 내 행적을 상세히 보도했던 것과 대조된다. 긴장 국면 조성용 분위기 잡기의 연장선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9, 20일 평양 천리마구역에서 열린 노동단체의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김정은에 대해 충성을 다짐하는 노래, 시, 선전화(포스터) 등도 잇달아 소개되고 있다. 21일 노동신문은 1면 전면에 김정은 사진과 ‘그이 없인 못 살아’ 선전가요를 실었다. 핵심 측근으로 부상한 인물들이 잇달아 언론보도에 등장해 군부 세대 교체를 공식화한 것도 주목된다. 16일 충성맹세모임, 23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24일 526대연합부대 방문에는 모두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이영길 군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 참석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자신들이 도발 의사가 없음을 알리는 ‘알리바이용’ 선전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24일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에서 북한은 “북조선 위협론은 한마디로 말해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사일 방위체계를 완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벌이는 (북한 위협론과 같은) 유치한 기만에 속아 넘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보도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김철중 기자
#북한#대남도발위협#김정은#최룡해#북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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