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국내 키워드는 ‘대선 불복’과 ‘종북’이었다. 국가정보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을 통한 대선 개입 논란은 ‘대선 불복’으로 번졌다. 반대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로 불붙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은 ‘종북’ 바람을 불렀다. 북한이 김정은 3대 세습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장성택을 전격 처형한 사건은 한반도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했다. 그나마 류현진 추신수 박인비 등 해외 스포츠 스타의 활약이 국민을 즐겁게 했다. 해외에선 한중일 3국 간에 영토와 역사 분쟁이 더욱 고조됐고,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청이 도마에 올랐다. 》 ▼ 국내 ▼
■ 北 권력2인자 장성택 사형집행
한때 북한 권력 2인자로 불렸던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12월 12일 처형됐다. 군사재판 결정 직후 사형이 집행돼 공포정치의 실체를 전 세계에 알렸다. 북한은 장성택의 혐의를 국가전복음모로 몰았지만 실제로는 이권다툼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3년차를 맞은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가 공고해졌다는 분석과 내부의 불안정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상존한다.
■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일파만파
지난해 대선 때 국가정보원이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상에 퍼뜨렸다는 의혹은 올해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으로 기소해 재판 중이지만 야권은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불공정한 선거였다는 야권과 대선 불복이라는 여권의 끝 모를 정쟁은 정치권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 혼외아들 의혹-항명파동… 위기의 검찰
박근혜 정부의 첫 검찰총장인 채동욱 전 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으로 취임 5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채 전 총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사퇴 후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채 전 총장 사퇴 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둘러싸고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과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사이에 외압 논란과 항명 파동이 벌어졌다. 검찰로선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였다.
■ 이석기 의원 ‘RO’모임…내란음모 혐의 구속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RO(혁명조직)’가 올 5월 모임을 갖고 내란을 음모했다는 혐의에 따라 국정원은 8월 28일 이 의원 등 10명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일주일 뒤 국회는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통과시켰고, 다음 날 이 의원은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으로 ‘종북’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 총리후보 낙마 등 박근혜 정부 ‘인사 참사’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아들 병역면제와 투기 등의 논란에 휩싸여 지명 닷새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慘事)가 시작됐다. 이동흡(헌법재판소장) 김종훈(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황철주(중소기업청장) 김병관(국방부 장관) 한만수(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각종 논란으로 연달아 낙마하자 청와대의 밀실인사와 부실한 인사검증이 도마에 올랐다. ■ 원전 3기 가동중단… 여름철 전력난 가중
5월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에 쓰인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거액의 뇌물이 오간 대형 비리가 불거졌고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종찬 전 한국전력공사 부사장 등 100여 명이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원전 3기의 가동이 중지되면서 여름철 전력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고 ‘블랙아웃(대정전)’에 대한 우려도 고조됐다.
■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전액 납부하겠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는 9월 10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다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 원이 확정된 뒤 16년간 버텨왔다. 검찰은 6월 국회에서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되자 곧 수백 점의 미술품과 부동산을 압류했다. 결국 전 씨 일가는 수사 110일 만에 항복선언을 했다.
■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확인
지난해 대통령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원본이 삭제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11월 15일 이같이 결론 내리고 청와대 안보실의 백종천 전 실장과 조명균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친노’ 진영과 그 좌장격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사초 폐기 의혹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 세제개편안 파동… 복지공약 이행 삐걱
박근혜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은 발표 닷새 만에 원안(原案)이 폐기됐다. ‘거위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에 봉급생활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세금 등을 통한 재원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핵심 대선공약인 기초연금 대상이 축소되는 등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약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 류현진 메이저리그 성공 데뷔
한국의 ‘괴물 투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괴물이었다. 올해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26)은 정규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완봉승 1차례를 포함해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의 호성적을 거뒀다.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한국인 첫 포스트시즌 승리 투수가 됐다. ▼ 국외 ▼
■ 스노든 “美 NSA, 국제사회 무차별 사찰”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이 20만 건 이상의 NSA 극비 문건을 빼내 6월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을 통해 처음 폭로했다. 인터넷 사용자 개인정보, 주요 동맹국 정상의 통화감청, 해저 케이블 감청 등 무차별 사찰이 드러나 국제적 반발을 샀다. 전체 문건 중 1%가량만 공개돼 후속 폭로가 예상된다.
■ 中 방공구역 선포에 美-日 무력시위 맞불
중국이 11월 23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해 ‘항공 패권 갈등’을 불렀다. 일본은 정찰기와 전투기를, 미국은 B-52 폭격기 2대를 출동시켜 무력시위를 벌였다. 한국은 12월 8일 이어도 상공이 들어간 새 방공구역을 선포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로 촉발된 영해분쟁이 확대된 것이다.
■ 1282년 만에 비유럽권 출신 교황 탄생
2005년 교황에 즉위한 베네딕토 16세(85)가 2월 ‘악화된 건강으로 직무를 적절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격 퇴위했다. 1415년 그레고리우스 12세가 퇴위한 이래 598년 만에 처음으로 선종에 앞서 퇴위한 교황이 됐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77)은 731년 그레고리우스 3세 이후 1282년 만에 탄생한 비(非)유럽권 출신 교황이다.
■ 남아공 인종차별 종식 이끈 만델라 타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2월 5일 95세로 타계했다. 흑인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다 27년간 복역한 뒤 흑백 간 화해를 주도해 350년 이상 계속돼온 차별을 종식시켰다. 199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이듬해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10일 거행된 영결식은 100여 명의 각국 정상과 지도자가 참석해 사상 최대의 조문외교 현장이 됐다.
■ 美, 17년 만의 셧다운… 80만 공무원 강제휴가
미국 정치권이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 케어)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벌이다 내년 예산안 합의에 실패해 10월 1일부터 16일 동안 연방정부 업무가 부분 정지되는 셧다운 사태를 맞았다. 17년 만의 셧다운으로 공무원 약 80만 명이 강제휴가에 들어갔으며 박물관 공원 등도 폐쇄됐다. 10월 16일 국가부도 위기를 불과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의회에서 합의했다.
■ 태풍 ‘하이옌’ 필리핀 강타… 6000여 명 사망
순간 최대풍속 역대 최고(시속 379km)의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동부 타클로반 등 레이테 섬을 11월 8일 강타했다. 폭풍과 함께 해일이 덮쳐 같은 달 12일 중순까지 6009명이 사망하고 1779명이 실종됐으며 이재민은 4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가옥 110만 채가 파손돼 8억2600만 달러(약 8764억 원)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 日 아베정권, 과거사 부정-군사대국화 추진
지난해 12월 등장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올 한 해 과거사를 부정하고 군사대국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려 했고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까지 바꾸려 했다. 아베 총리의 구상대로 ‘평화 헌법’의 기본 골격이 바뀌면 일본은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며 주변국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 이집트 군부, ‘아랍의 봄’ 주역 무르시 축출
이집트 ‘아랍의 봄’ 시위로 집권했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7월 3일 취임 1년여 만에 군부에 의해 쫓겨났다. 무슬림형제단 주축의 집권당이 이슬람 규범을 강요하고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한 ‘파라오 헌법’을 내놓아 민심도 멀어졌다. 무르시 축출 찬반 시위로 이집트는 다시 대립과 혼돈에 빠져들었다. 과도정부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를 예정이다.
■ 中, 미-러시아 이어 세번째 달착륙
중국의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 3호’가 14일 달 표면 훙완(虹灣) 구역 동쪽에 착륙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됐다. 창어 3호에 실린 탐사차량 ‘위투(玉兎·옥토끼)’는 달 표면을 오가며 지질분석 등 탐사활동 중이다. 중국은 2017년까지 달 표면 물질을 지구로 가져오는 후속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 이란, 서방국과 10년만에 핵협상 타결
이란과 ‘P5+1’(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독일)은 이란이 핵개발을 억제하는 대신 서방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화해주는 협상을 11월 24일 타결했다. 2003년 이란의 핵개발 의혹이 제기된 뒤 10년 만이다. 이번 타결로 이란은 향후 6개월에 약 61억 달러(약 6조5000억 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됐다. ‘이란 모델’이 북한에도 적용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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