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이 행복한 통일, 뜨거운 가슴-차가운 머리로 길을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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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프로젝트’ 참여 10인이 평가한 1년

‘의미는 있지만 재미는 없고, 되면 좋겠지만 쉽게 안 될 것 같고, 가슴만 너무 뜨거워도 안 되고 차가운 머리만으로도 풀 수 없고,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 동아미디어그룹 연중기획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프로젝트’가 1년을 보낸 솔직한 심정이다. 남북 대치, 남남 갈등이 계속되면서 너무도 민감한 이슈가 돼 버린 통일. 통일이란 ‘웅대한’ 주제 앞에 태스크포스(TF) 팀원 20여 명은 겸허해 질 수밖에 없었다. ‘준비해야 하나 된다’는 프로젝트 이름 아래 ①통일이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겠지만 ②반드시 온다 ③따라서 잘 준비하면 민족의 축복이지만 자칫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세 가지 기본인식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7대 중점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1년간 노력했다. ①통일 이익이 분단 비용보다 크다(통일의식 제고) ②북한 어린이는 통일코리아의 미래다(북한 영유아 지원) ③녹색 통일 시대를 열자(북녘 산림녹화) ④작은 통일부터 이루자(탈북자 정착 지원) ⑤이제 만나러 갑니다(이산가족 문제) ⑥통일을 카운트다운하자(통일예측 프로젝트) ⑦통일교육을 업그레이드하자. 성과와 보람에 더해 아쉬움도 크다. 동아미디어그룹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만들어간 10인의 목소리를 통해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더 큰 각오를 다져본다.
흥겨운 통일… 따뜻한 통일… 녹색 통일 ▼

어렵고 무거운 통일, 어떻게 풀었나
대학생들 평화 노래… 北 영유아 지원… 산림녹화 제안

“통일, 너무 어렵고 무거운 주제 아닌가요?”

올해 초 동아일보가 4월 1일 창간 93주년을 앞두고 ‘통일’이란 화두를 들고 나왔을 때 반응이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통일이 돼야 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과연 우리가 어떻게(HOW)게 해야 하며, 무엇(WHAT)을 말할 수 있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이유로 포기한다면 설령 통일의 기회가 오더라도 그것을 잡지 못할 수 있다는 데 구성원들이 공감했다.

○ 겸손해야 다가갈 수 있는 이슈, 통일

통일코리아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가장 궁금했던 건 국민의 통일인식이었다. 창간기념호 통일의식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흔히 “지금의 20, 30대가 통일코리아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20대의 33.4%는 ‘절대 통일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젊은 세대에 ‘통일 이익이 분단 비용보다 크다’는 인식을 심어줄 자리가 필요했다.

그 대표적 시도가 정전 60주년(7월 27일)을 맞아 본보와 채널A, 경기 파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국방부가 후원한 ‘캠프 그리브스 평화 포럼’. 대학생 100명을 ‘영 피스 리더(Young Peace Leader)’로 선정했다. 그들은 ‘전쟁과 분단’의 상징(최북단 주한미군 기지)이었던 캠프 그리브스에서 ‘평화와 통일’을 노래했다.

‘북한 어린이는 통일코리아의 미래다’란 인식 아래 추진한 북한 영유아 지원은 올해 내내 심혈을 기울인 부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 지원을 받은 ‘굶주린 북녘’(5월)과 ‘북녘의 숨겨진 굶주림(히든 헝거·Hidden Hunger)’(10월) 기획시리즈는 밀도 높은 취재로 호평을 받았다.

남북한이 하나가 되는 큰 통일에 앞서 우리 안의 ‘작은 통일부터 이루자’는 취지에서 탈북자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이 주최하고 본보가 후원한 컬처콘서트 ‘평화기원음악회’는 추석 명절 기간에 탈북자와 다문화가정 등 국내외 문화 소외계층을 초청해 이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랬다. 이 재단과 동아일보, 채널A는 ‘작은 통일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탈북청소년의 음악교육 지원 사업에 힘을 모아왔다.

○ “통일의 그날까지 프로젝트 이어지길”


‘녹색 통일’이란 통일코리아의 새로운 비전도 제시했다. 본보 후원으로 8월 9일 중국 옌지(延吉) 시 연변대에서 열린 ‘동북아시아 지역 산림생태계 보호 및 복원 워크숍’에선 가칭 ‘아시아산림녹화협의기구(GAO·Green Asia Organization)’의 출범 방안이 채택됐다. 이 기구는 북한의 산림녹화를 위한 국제적 협의를 마련하는 주춧돌이 됐다. 기후변화센터 명예이사장인 고건 전 국무총리는 “통일 준비를 위해서라도 북한 산림녹화는 미리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도 남다른 공력을 기울였다. 중국에 있던 국군포로의 유해를 한국으로 송환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도 본보의 연속 단독보도였다. 한러친선협회와 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본보가 후원한 ‘한러협력 특별세미나’는 통일을 위해 주변국과의 협의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 최진욱 북한연구학회장은 “요즘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많이 떨어졌는데 통일코리아프로젝트가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통일#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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