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으로 국회의 예산안 처리는 막판까지 난항을 겪었다. 반면 유흥 시설이 없는 호텔을 학교 주변에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관광진흥법과 택시 대수를 줄이도록 하는 택시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와 정부 부처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 사안이라며 외촉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막판까지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외촉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주식을 50%만 보유해도 증손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은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주식을 전부 가져야 증손회사 설립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정부가 대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지주회사 전환을 권장해 놓고 지주회사에만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줄기차게 외촉법 개정을 요구해 왔다.
정부 역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촉법 통과에 공을 들여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 확대를 위한 대표적인 규제 완화 정책으로 거론하는 등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재 지주회사 대부분이 대기업인 만큼 이 법이 일방적으로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며 외촉법 개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외촉법 개정안이 특정 그룹의 사업 확장을 도와 경제민주화 취지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외촉법 통과 여부는 SK, GS그룹의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SK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 총 9600억 원의 합작 투자를 추진해 왔다.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일본 측 투자액인 4800억 원을 대신 부담해야 한다. 또 ㈜GS의 손자회사인 GS칼텍스도 일본 쇼와셀, 다이요오일과 각각 5000억 원을 투자해 자회사를 만들고 전남 여수에 2014년 말까지 PX공장을 세우기로 한 바 있다.
이날 관광진흥법과 택시발전법 등은 국회를 통과했다. 관광진흥법 통과로 학교에서 50m 이상 떨어진 곳에는 학교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유흥 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유흥시설 입점 여부와 상관없이 호텔업 자체를 ‘유해한 영업’으로 분류해 학교 주변 신축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학교 주변에 신규 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되면 2조 원 안팎의 신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택시법이 통과됨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올해 1∼4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택시면허 총량 조사를 실시해 수요에 비해 택시 대수가 너무 많은 지역에 앞으로 5년간 신규 택시면허 발급이나 증차(增車)를 제한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의 택시 25만 대 가운데 5만 대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출 이자율 상한을 연 30%에서 25%로 낮추는 이자제한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법은 사채를 포함해 제1, 2금융권 모든 대출에 적용된다. 다만 대부업체는 대부업법에 따라 여전히 연 34.9%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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