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기업 개혁 成敗 사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공공기관 이대로는 안된다]독일, 철도 자회사 만들어 경쟁 유도… 흑자 전환
볼리비아, 수도사업 민영화후 요금 크게 올라 U턴

해외에서도 국가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거나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공공부문을 개혁하려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 공공개혁 과정에서는 노동조합의 반발 같은 사회적 갈등이 뒤따르는 만큼 성공과 실패 사례도 극명하게 나뉜다.

해외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공공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 개방과 경쟁 도입 등 시장 원칙을 도입해 비효율을 걷어내는 동시에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우정부문 개혁을 통해 탄생한 도이체포스트는 공공개혁에서 시장 개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독일 정부는 통신과 우편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연방우정 회사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자 1995년 전격적으로 이 회사를 도이체포스트와 도이체텔레콤 등으로 분할하고 2000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도이체포스트를 민영화했다. 유럽 통합으로 우편시장 개방 압력이 거세지고 공기업의 비효율성이 불거지자 발 빠르게 시장을 개방하고 과감하게 사업 범위를 확장하도록 하면서 기존 경영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이체포스트는 디지털 우편서비스와 전자상거래, 온라인 광고서비스로 사업을 다각화한 뒤 미국의 물류회사인 DHL 등을 인수해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체질 개선 등 사전 준비 없이 섣불리 공공부문을 민간에 개방할 경우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공기업 민영화 실패 사례로 꼽히는 볼리비아는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1999년 수도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했다가 2006년 국제소송을 거쳐 수도사업을 다시 국유화했다. 공공 체질 개선보다는 재정 확보에 중점을 두면서 민간기업에 40년간 수도사업 독점 사업권을 주다 보니 수도요금이 크게 올라 공공성을 해친 것이다.

반대로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성과 서비스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유럽의 철도개혁 성공 비결은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공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은 데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는 철도 공기업을 유지하면서 일부 노선을 민간 사업자에게 개방해 운행요금을 낮췄으며 독일은 국영철도 회사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5개 자회사를 설립해 경쟁하도록 하면서 철도사업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노동조합의 반발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철저한 사전 준비도 공공부문 개혁을 위한 성공 조건으로 꼽힌다. 공공부문이 철도 전력 우편 등 사회 기간시설 분야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파업 등에 대한 준비 없이 공공개혁에 나섰다가는 장기파업 등으로 인한 피로감으로 국민적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연간 석탄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석탄을 비축한 뒤 탄광부문 개혁에 나서 총파업에 돌입한 탄광노조와의 1년여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개혁 정책을 관철하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문병기 기자
#해외 공기업#독일#철도 자회사#볼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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