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박 대통령, 좋은 반면교사에서 배우지 못 하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10시 48분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는 2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좋은 반면교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전 부총리는 이날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 통화에서 "박 대통령께서 1년 전 당선됐을 때 부푼 기대를 갖고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박 대통령께서 정말 대통령으로 참고 할 수 있는 두 가지 정말 좋은 반면교사를 갖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두 가지 반면교사로는 전임 이명박 정권의 '불통정치'와 '대북 강경책', 그리고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통치'를 꼽았다.

그는 먼저 "MB 정권의 불도저식 불통정치, 그리고 남북 간의 관계가 최악으로 악화된 것을 바로 직전에 경험했기 때문에 그걸 보면 '저 사람이 간 길을 안 가면 되겠구나' 하는 것이 좋은 반면교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하나는 자기 아버지, 유신 정권이 또 다른 반면교사가 되는데 부친이 좋은 점도 많이 했지만 최대 약점은 권력의 정당성이 쿠데타 때문에 없어진 것 아니냐?"면서 "그래서 이것을 민주인권세력이 끈질기게 비판하니까 끈질기게 탄압했다. 그래서 불행하게 돌아가셨는데 그것도 하나의 역사적인 반면교사가 되어서 저는 굉장히 기대했다"고 밝혔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공기업 민영화 등의 갈등으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 우리 사회가 마치 '2등분' 된 것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반면교사에서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을 안 배워야 하는데 너무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신정권으로 회귀하는 조짐이 보이는 게 소위 관권개입 부정선거가 댓글 쓰나미로 나타났다"며 "처음 댓글은 없다 그랬고 또 댓글이 몇 개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2000만 건이 넘고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보니까 아하, 이것은 옛날 지난 군사독재 때보다도 더 심하구나, 하는 불신이 국민들에게 깔려서 안녕하지 못한 국민이 날로 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이런 사실을 성실하게 수사하려는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방식이 옛날 유신체제 못지않게 험악하고, 수사팀장 축출한 걸 보면 정말 공안경찰 등장할 것 같고, 총리도 검찰출신이고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신헌법을 청원한 검사출신 아니냐. 그리고 현재 국정원장은 유신 시대 박정희 대통령 하에 중앙정보부장보다도 더 공안적이고 매카시즘적"이라며 "이런 것들을 국민이 다 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MB 때보다 더 불통으로 되어가니까 이제 국민들이 불안하다. 게다가 청와대에서는 이런 불통을 원칙 있는 자랑스러운 불통으로 내세우니까 경악하는 수준에까지 가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런 것이 아마 국내 정치를 어지럽게 하는 것이어서 도무지 저는 좋은 점수를 주려고 했다가 줄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 전 부총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제(MD)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MD에 대해 "미국의 보수정치 세력이 'pivot to Asia'라고 해서 아시아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G2 중국을 군사 경제적으로 포위 공세 하려고 하는 것이 숨은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MD에 들어가게 되면 한미일 간에 새로운 냉정 삼각동맹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중국, 러시아가 북한과 다시 냉전 동맹을 체결해서 동북아시아는 정말 위험한 긴장의 핵심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의)아베 정부가 군사 대국화로 나오는데 뒤에서 미국이 밀어주고 있다. 미국의 힘을 입고 중국과 일본 간의 무력·경제 마찰이 생긴다면 우리 정부가 취할 길이 없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 일본과 중국 간의 긴장 사이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말 생존과 본능의 옵션이 없다"고 부연했다.

한 전 부총리는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것은 딱 하나, 미국의 'pivot to Asia' 정책이 중국을 경제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정책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하고 오히려 그것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얘기하는 중국과 미국 간의 신대국 관계로 전략적으로 발전하도록 우리 외교를 투입해서 응원하면 중국이냐, 미국이냐, 어디다 배팅해야 할 고민이 없어진다"고 역설했다.

그는 덧붙여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절대로 우리는 용인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더 강하게 일본을 옥죄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막는 일에 있어서 한국이 중심이 되고 그리고 중국, 러시아, 심지어 북한까지 힘을 공조해서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막아야 한다. 그러면 미국이 우리 편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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