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
英서 탈북자 난민심사 강화하자 심사 덜 까다로운 곳으로 눈돌려
네덜란드-벨기에 300여명 거주
유럽 최대의 ‘북한 마을(North Korea Town)’로 불리던 영국 뉴몰든에는 최근 난민을 신청하는 탈북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탈북자들이 한국 국적임을 숨기고 가짜 난민 신청을 한다는 사실이 영국 정부 당국자들의 귀에 들어가면서 난민 심사가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탈북자의 난민 신청을 받은 국가가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의뢰한 신원 확인 요청 건수는 총 155건. 이 중 한국에 정착했던 경우는 126건으로 전체의 8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11년 연간 15∼19건에 불과했으나 2012년 51건으로 급증했고, 2013년에도 1∼9월에만 54건이나 됐다.
이 중 상당수가 영국 거주 탈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위장 망명 신청자로 확인된 사람들을 데려가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추방돼 한국으로 다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난민 인정을 못 받았는데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영국에 숨어 사는 탈북자도 5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이 이처럼 영국에 안착하기 어려워지자 ‘또 다른 제3국’으로 캐나다가 부상했다고 국내외 탈북지원단체 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난민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지문인식 시스템을 도입했고 한국을 ‘특별관심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에 탈북자들은 벨기에 뉴질랜드 등 상대적으로 난민 심사가 덜 까다로운 곳으로 다시 옮겨가는 추세다. 현재 네덜란드에 130명, 벨기에에 170명가량의 탈북자가 살고 있다고 재유럽조선인총연합회는 추산했다.
이 연합회의 김주일 사무총장은 “파도타기 식으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신(新)유랑민’처럼 떠도는 탈북자들 때문에 동유럽 국가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가 서유럽 쪽으로 탈출한 진짜 탈북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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