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2014년 신년사에서 “나무 심기를 전 군중적 운동으로 힘 있게 벌여 모든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일 “산림녹화에 대한 이런 언급은 지난해 신년사에는 없던 새로운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한국 언론을 꼼꼼히 읽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동아일보의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7대 다짐(중점 과제) 중 3번째가 ‘녹색 통일 시대를 열자(북한 산림녹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전문가의 분석이 맞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산림녹화와 관련한 북한의 행보가 여러모로 주목되는 것은 분명하다.
○ 김정은은 ‘첫 나무 심기 캠페인’을 왜 주창했을까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이 주민을 상대로 나무 심기 캠페인을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2012년 신년공동사설, 2013년 신년사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현재 북한은 전체 산림의 32%가 황폐산림일 정도로 헐벗은 산이 많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도시 인근 지역에서 산림이 사라지는 속도가 빠르다. 취사 또는 난방용으로 사람들이 땔감을 많이 채취하기 때문이다. 1998년 이후 10년간 황폐지 면적이 74%나 증가할 만큼 악화 속도도 빠르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체 북한 산림 가운데 벌채 등으로 수목이 없어진 산지(무입목지)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비탈에 ‘다락밭’(산비탈에 만든 계단밭) 등으로 개간이 이뤄진 개간산지도 46%에 이를 정도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나무 심기 캠페인을 제안함에 따라 ‘북한 산림녹화’ 사업이 남북관계 개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 나무 심기는 정치·이념적 측면에서 남남갈등 요소가 가장 적은 남북 협력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정희 정부에서 새마을담당관으로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는 “북한 나무 심기를 통해 남북한 모두가 생태·환경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도 “북한이 산림자원을 나라의 귀중한 자원으로 인식하고 전 국민적 나무 심기 운동을 벌여 푸른 숲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강화 차원에서 북한 나무 심기 사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천안함 폭침으로 정부가 2010년 ‘5·24조치’(대북지원 중단)를 취하면서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도 나무 심기 사업에 나설 수 없도록 원천 봉쇄돼 있다.
○ 2014년, 말처럼 달릴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동아미디어그룹은 지난해 연중기획으로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를 진행해 많은 성과를 거뒀다. 통일부의 고위 당국자는 “특히 다양한 행사와 여론조사, 공동 세미나를 통해 전 세대에 걸쳐 통일인식 제고 효과를 거둔 것은 괄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장도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에서 통일 준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준비해야 하나 된다’ 프로젝트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통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논의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통일코리아 프로젝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본보가 제시한 7대 다짐 중 미진했던 사안은 대부분 북한과의 활발한 교류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녹색 통일’로 불린 북한 나무 심기 사업이다. 지난해 남북한과 중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북한 산림녹화를 위한 ‘아시아산림녹화협의기구’ 출범 방안까지 채택됐으나 5·24조치에 가로막혀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성사 직전까지 갔던 상봉 행사가 무산되면서 피눈물 흘린 이산가족의 아픔도 제대로 어루만지지 못했다.(7대 다짐 중 5번째 ‘이제 만나러 갑니다’) 대한적십자사의 이산가족 화상편지 제작을 심층 보도해 이산가족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된 것이 작은 위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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