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기자 브리핑 계획이 언론에 알려진 것은 오후 4시 20분경이었다. 공식 통보는 없었다. 40분이 지난 오후 5시 청와대 춘추관(기자실) 브리핑실로 들어선 김 실장은 “경제와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개각은 없다”며 딱 세 문장을 읽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기자 브리핑에 걸린 시간은 단 45초. 퇴장하는 김 실장을 따라가며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 실장이 기자 브리핑을 한 것은 비서실장 임명 직후인 지난해 8월 6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이 여야에 제안한 5자 회담 상황을 설명하며 “윗분의 뜻을 받들어서 비서실장이 한 가지 발표를 드리겠다”고 말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박 대통령을 ‘윗분’이라며 지나치게 높인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었다.
지난해 내내 ‘불통’ 논란을 빚은 청와대의 새해 첫 브리핑 역시 언론과의 소통은 없었다. 박 대통령이 최근 여러 차례 ‘홍보 강화’를 주문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날짜도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청와대는 나름대로 홍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및 인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청와대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를 전담할 비서관실을 신설하거나 별도의 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겸직하고 있는 정부 대변인을 별도로 지정하는 등 정부 대변인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집권 2년차 박 대통령 인사 스타일 변화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청와대 대변인 인선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대언론 창구 역할을 도맡고 있는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대변인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변인 인선은 마무리 단계”라며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적 개편에 앞서 홍보 시스템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충분한 배경 설명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 때 국정홍보처를, 박근혜 정부에서 특임장관실을 없애면서 대통령의 의중을 국민에게 전달할 창구는 청와대가 유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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