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의 신경전이 뜨겁다. 대선후보 단일화를 하기 전에 문재인-안철수 측이 충돌했던 2년 전 구도의 ‘판박이’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안 의원 측과의 연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는 앞 다퉈 “분열은 곧 공멸이다. 함께 가야 한다”며 연대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12년 대선 때처럼 종국엔 연대나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선 도전을 선언한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는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당이 본의 아니게 야권 분열로 작동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공포의 외인구단’을 따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기성 야권과의 연대 없이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기에는 좀 힘들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때 안 의원과 후보단일화 신경전을 벌였던 문재인 의원은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해서는 야권을 분열시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야권의 외연을 넓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한다”고 했다.
설훈 의원도 라디오에서 “지금 정의당, 그리고 안철수 의원이 만들려고 하는 당 그리고 민주당, 이 3당이 합쳐서 하나의 조직체가 된다면 아마 (지방선거에서) 싹쓸이할 것”이라며 야권연대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힘이 없는 야당은 연합연대 또는 통합을 해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안 의원 측에 견제구를 날리면서도 사실상의 러브콜을 보내는 ‘양동(陽動) 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윤희웅 ‘민’ 정치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2012년 대선 때처럼 지금도 여론은 민주당에 유리한 정권심판 기류와 안철수 신당에 유리한 정치불신-새정치 갈망의 기류가 공존한다”며 “민주당으로서는 야권분열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민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정권심판 기류가 강해질 때 주도권을 쥐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맞서 안 의원 측은 ‘안철수 신당=야권분열’이라는 프레임을 ‘낡은 틀’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신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김효석 공동위원장은 “야권연대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며 “보수와 진보로 나뉜 낡은 정치구도를 넘어서는 정당을 만들려는 것인데 이를 야권분열만으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했다. 새정추 금태섭 대변인도 “단순히 뭉치는 것만으로 승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철수신당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2배 이상 높다. 우리가 야권연대나 후보단일화에 호감을 보일 이유가 없다. 급한 쪽은 우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가 임박하면 결국 민주당이나 안 의원 측이나 지난 대선 때처럼 연대 논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굳건한 상황에서 3자 구도는 곧 ‘야권 필패’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란 위기의식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윤 센터장은 “특정 지역에서 후보 차원의 단일화를 민주당이 먼저 제안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지원 의원은 “호남에서는 경쟁하되,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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