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대 독일산 설상차 등 다수… 유엔 대북수출금지 사치품에 포함
제조사 “브로커 통해 규제 피한듯”, 사진속 사람들 어색… 합성 의혹도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고가의 스키 장비가 목격됐다. 1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 나온 스웨덴산 강설기(왼쪽 위 사진)와 독일·이탈리아산 설상차(오른쪽 위). 하지만 3일 노동신문에 실린 마식령 스키장 전경 사진(아래)이 합성 의혹을 받으면서 고가 장비에 대한 의혹도 더욱 커지고 있다.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슬로프가 아닌 산 능선을 바라보고 있고 스키어들은 슬로프의 끝에서 어색한 활강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조선중앙TV
지난해 12월 31일 개장한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유럽과 캐나다산 비싼 스키 장비들이 목격됐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 ‘NK News’는 3일 조선중앙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설상차(snow cat)와 분사식 강설기(snow blower) 등 고가의 장비들이 다수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대당 3만7000달러(약 3900만 원)인 스웨덴 아레코사의 강설기가 7대 이상 포착됐고 1대에 8만 달러(약 8400만 원)인 이탈리아산 설상차도 여러 대 보였다. 1대 가격이 11만6000달러(약 1억2200만 원)인 독일산 중장비 설상차도 있었다.
아레코사 대표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TV에 나온 강설기는 출고한 지 1년 반 정도 된 최신 모델”이라며 “연간 약 40세트를 중국에 수출하지만 북한과는 거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북한에까지 강설기가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다양한 중개인을 거쳐 규제를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하면서 북한과 사치품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같은 해 유럽연합(EU)은 ‘스키 골프 다이빙 수상스포츠 관련 장비’를 대북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회원국들에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유엔의 제재는 더욱 강화됐다. 안보리는 제재 결의 2094호를 채택하면서 ‘진주 보석 요트 고급차 경주용차’ 등 7개의 사치품을 처음으로 예시하고 “거래금지 대상은 이 품목들만이 아니다”며 각국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북한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스키 리프트를 수입하려다 해당국이 ‘사치품’으로 규정하는 바람에 수출허가를 받지 못해 이를 포기해야 했다. 현재 마식령에 설치된 리프트에 대해 NK News는 “설상차나 강설기가 최신 모델인 것과 달리 2인승인 리프트는 구식 모델이며 일반적인 상업용 리프트(4인승)와는 다른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유엔 제재는 사치품에 무엇까지 포함할지를 각국 정부의 재량사항으로 맡겨둬 스키 장비 수출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만간 각국의 대북제재 이행 보고서와 이에 대한 전문가 패널 평가서가 유엔에서 공개되면 대북제재를 더 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 3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마식령 스키장 사진에 대해 합성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 안팎에서는 “각종 스키 장비도 합성해 북한이 조선중앙TV로 보도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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