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불통(不通)’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소통론을 분명히 밝혔다. 소통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정리하고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우선 박 대통령은 “소통을 위해 우리 모두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통은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나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아니다”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을 두고 소통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2월 18일 “불통 비판이 가장 억울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불통은 자랑스러운 불통”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22일간 이어진 철도노조의 최장기 파업을 예로 들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고 누차 얘기를 해도 그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그냥 불법 파업을 이어 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의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야권과 좌파 진영의 불통 공세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였다.
박 대통령은 소통의 전제조건으로 법치주의를 꼽았다. 그는 “진정한 소통은 모두가 법을 존중하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 법을 적용하는 사회”라며 “(그렇지 않으면) 나쁜 관행이 덕지덕지 쌓여 나중에 깨뜨리기가 점점 더 어렵고, 많은 사람이 그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소통에 더욱 힘을 쓰겠지만 불법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아주 엄중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개혁 방향을 놓고 불통 논란을 빚으며 정국의 파열음이 들려도 정면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반적인 정치 현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언급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야권이 요구하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관련해 “국가정보원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이제는 제도적으로 (국내 정치 개입과 같은)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며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접고 함께 미래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과 관련해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은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기존 태도를 고수해 대야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박 대통령이 어떻게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낼 것인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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