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증세(增稅)는 없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이후에도 여전히 복지 예산이 부족할 경우 국민 합의를 전제로 증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증세를 말하기 전에 비과세나 세금 감면 등 중간에 새는 낭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경제 활성화 노력을 기울인 다음에도 재원이 부족하다면 그때 가서 증세를 논의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증세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 조세부담률을 2012년 20.2%에서 2017년 21%로 5년 동안 0.8%포인트 상승으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세금을 자꾸 거둬들이는 것보다 규제를 풀고 투자를 활성화하면 자연스럽게 세수(稅收)가 늘어난다”며 “이 경우 일자리나 가계부채 문제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 합의를 통한 증세 가능성까지는 부정하진 않았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복지수준과 조세에 대해 합의가 필요하다면 ‘국민대타협위원회’ 등을 설치해 의견 수렴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내용으로, 국민이 요구하는 복지 수준이 현재 세수 규모로 감당할 수 없을 경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증세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발표한 ‘공약가계부’를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입 확대로 53조 원을 마련해 복지공약 예산을 충당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만 7조∼8조 원의 세수 부족이 예상됐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세법개정안이 소득세율 과세표준 최고세율 구간을 하향조정해 ‘부자 증세’ 논란을 빚은 점에 대해 “국회에서 여야 논의를 거쳐 합의된 내용”이라며 “정부가 주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대통령 회견은 우선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만약 재원이 부족하다면 증세에 나서겠다는 기존 정부 방침과 같은 맥락”이라며 “향후 재원이 부족해 복지 공약 이행과 증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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