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올해 3월 말 1만여 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 등 한반도의 심각한 안보정세를 감안한 군사적 대비라는 분석이 많다.
한미 양국 해병대는 2011년 대대나 연대급으로 진행해 온 연합상륙훈련을 2년마다 여단급 이상으로 확대해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쌍용훈련’으로 불리는 이 훈련은 여단급 연합상륙훈련과 미 해병대의 한반도 투입 연습 프로그램을 통합한 것이다. 2012년 3월 한미연합 독수리연습(FE)의 하나로 경북 포항 일대에서 처음 실시됐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미 양국이 최초로 실시한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북한은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올해 두 번째인 이 훈련은 내용과 시기 등에서 의미심장하다. 우선 참가 병력과 장비 면에서 1989년 팀스피릿 이후 최대 규모의 연합상륙훈련이 될 것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군 관계자는 “전체 참가 병력이 2년 전보다 늘었고, 실기동 훈련의 참가 병력과 장비도 더 많다”며 “평시 훈련에 미 해병대 병력이 5000명 이상 투입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한미 해병대가 보유한 해상과 공중 상륙지원 전력도 총출동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할 예정인 미 해병대의 오스프리(MV-22) 수직이착륙기는 대표적인 상륙지원 전력으로 평가된다.
양국 군 당국은 이번 훈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경북 포항 일대에서 실시되는 이 훈련은 상륙과 침투, 실사격 훈련 순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북한이 전면 남침 등 대규모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미 해병대가 동해안에 교두보를 확보해 최단 시간 내에 평양을 공략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적으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내 권력구도가 흔들릴 경우 급변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 군 당국은 같은 시기 실시되는 키리졸브(KR)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북 급변사태 대응 시나리오를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 당국은 급변사태 시 북한 정권 수뇌부가 핵과 미사일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는 상황을 최악의 사태로 보고 있다. 한반도 위기 시 북한의 핵시설과 지도부를 장악하고, 대남도발 능력을 무력화하는 한편 대북 안정화 작전을 실행하려면 한미 해병대의 대규모 상륙작전이 핵심적 대응책으로 꼽힌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 급변사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견고한 연합방위태세가 필수적”이라며 “한미 해병대의 연합상륙훈련은 그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을 만나 양국의 연합방위태세 유지 및 강화에 필요한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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