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제안을 거부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직접 제안한 설맞이 이산가족 상봉을 걷어찬 모양새여서 더더욱 그렇다. 정부는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여부를 ‘남북관계 개선의 풍향계’로 여겼다.
정부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한 만큼 이산가족 실무접촉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일단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9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나와야 정부가 구상하는 남북 민간교류와 인도적 지원 확대 등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진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통일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새해 벽두부터 언론들과 전문가들, 당국자들까지 나서서 무엄한 언동을 보였을 뿐 아니라 총포탄을 쏘아대며 전쟁연습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최근 ‘백두혈통’인 김정일의 동생 김경희 사망설이 거론됐고 한미가 북한 급변사태를 논한 데 대한 비난으로 들린다.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장성택 처형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내부문제로 왈가왈부했다”고 비난했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엄동설한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 여유가 없다는 내부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한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기싸움’의 성격도 있다.
다만 북한은 “우리의 제안도 다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봄(4, 5월)에 자신들의 주요 관심사인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논의한다면 대화에 응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풀이된다. 완전 거부라기보다는 조건부 거부에 가깝다.
하지만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과 연계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주장한 ‘좋은 계절’이 오더라도 이산가족 상봉이 실제 성사될 때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이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농구경기를 관람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1월 8일이 김정은의 생일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미국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로드먼을 가리켜 “백치”라며 “야만적이고 무모한 애송이(김정은)의 선전도구가 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낮은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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