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구상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패는 규제 개혁에 달렸다. 그중에서도 얼마나 실효성 높은 규제총량제를 도입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규제총량제 도입을 앞두고 부처 간 규제총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규제총량제를 도입하면 부처 간 규제 확보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관료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규제총량제는 새로운 규제 하나를 만들려면 기존 규제 하나를 없애 총량을 맞추는 방식이다. 규제가 곧 부처의 힘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규제를 확보하기 위한 부처 간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불가피하다.
규제총량제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국무총리실에서는 규제총량제 도입을 두고 ‘총량 산정 방법과 대상의 범위 설정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부족하다. 현실적 제약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정부에서 사실상 도입에 반대했음에도 박 대통령이 신년 구상에 전격 포함시켰다. 규제총량제를 통해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관료사회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이중포석이 담겼다는 분석이 있다. 규제가 대폭 줄어들면 관료의 ‘갑(甲)의 횡포’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총량제의 방식을 두고는 고심하고 있다. 부처별로 규제총량을 할당하면 부처의 자율성이 커진다. 예를 들면 국토교통부가 교통 분야의 규제를 하나 줄이고 건설 분야의 규제를 하나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업무분야별로 규제총량을 제한하면 이런 식의 융통성을 발휘하기 힘들다. 청와대는 업무분야별로 규제총량을 제한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강한 규제를 1건 만들고 약한 규제를 1건 없애는 식의 ‘꼼수’를 막는 것도 숙제다. 영국에서는 규제총량제(One-in, One-out제)를 도입하면서 ‘비용’ 개념을 접목했다.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산출해 신설 규제의 비용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없애도록 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국식 규제총량제를 도입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당장 시행이 어렵다”며 “다만, 규제별로 가중치를 매겨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신설, 폐지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월경 규제총량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규제총량제를 도입하면 부처가 복잡한 입법 절차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회의원의 이름을 빌려 상정하는 이른바 ‘청부 법안’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총괄 관리하는 국무총리실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 국무총리실은 부처 평가 때 말고는 부처에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데, 규제총량제를 도입하면 총리실의 영향력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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