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이번 지방선거 전까지 여야가 합의하긴 어렵지 않겠나. 결국 이번 선거는 기존에 해오던 대로 치를 게 뻔하다.”
10일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논의 중인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안 처리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 지난해 12월 5일 구성된 정개특위가 지방자치제도 개선을 위해 한 달 이상 활동을 벌인 뒤 나온 답이라 실망스럽다. 정개특위 활동시한은 이달 31일까지다. 남은 시간은 20여 일에 불과하다. 다음 달 초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고 다음 달 중순부터 공천심사위원회가 꾸려진다고 보면 정개특위 활동 연장도 힘든 상황이다.
여야가 찬반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데다 여당 내에서조차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활동시한 내에 합의에 이르기가 어렵다는 현실론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여야가 과연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지방제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여론의 시선이 따가운 걸 아는지 모르는지 새누리당 지도부는 느긋해 보인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정당공천 폐지는 여야가 합의한 정개특위에서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법을 개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국회가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의원 총회에서 당론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정개특위에서 결론이 나겠나. 결국 이번 선거는 기존대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국회에 특위까지 구성하면서 한바탕 ‘정치 쇼’를 벌였지만 사실상 현행 유지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그동안 제도 개선을 고심하는 흉내만 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이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쪽도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사안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든 국민이 수긍할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 낡은 제도를 고치겠다고 특별위원회를 꾸려 놓고 아무런 대안도 만들지 못한 채 국민들만 혼란에 빠뜨리는 건 무책임한 처사다. 선거구 획정, 완전국민참여경선 등을 논의하기 위해 2011년 3월 출범했다가 1년 가까이 아무런 합의점도 찾지 못한 채 마무리했던 과거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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