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80% “개헌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朴대통령, 개헌에 손사래쳤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6일)에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지만 국회의원 10명 가운데 8명은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6∼9일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여야 의원 170명(새누리당 89명, 민주당 73명, 통합진보당 정의당 각 3명, 무소속 2명 설문 참여) 가운데 137명(80.6%)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한 의원이 62명(69.7%)이나 됐다. 청와대와 뜻을 같이하는 지도부와 달리 비주류와 쇄신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특히 민주당 의원은 응답자(73명)의 93.2%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창봉 ceric@donga.com·강경석 기자

▼새 권력구조, 4년중임 〉이원집정부 〉의원내각제 꼽아▼


여야 의원 개헌-개각 설문조사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집권 초기에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새누리당의 한 4선 의원은 개헌 논의에 이같이 반응했다. 대통령이 개헌 이슈를 주도하지 않는 한 개헌 추진이 어렵다는 현실론에 근거한 발언이다. 역대 대통령은 정치적 이슈인 개헌보다는 정권의 핵심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정권 초의 힘을 쏟아 부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려나갈 때”라며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 개헌, 대통령 의지에 달렸다

개헌 논의 시점에 대해 여야가 극명히 엇갈린 반응을 보인 것도 ‘대통령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아일보가 6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응답한 새누리당 의원 89명 중 ‘즉각’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원은 22명(24.7%)에 그쳤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정부가 한창 일을 할 시기에 정치권에서 개헌 이슈를 터뜨리면 발목 잡기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응답자의 72.7%(73명 중 53명)가 ‘즉각’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개헌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면 어느 정권에서도 개헌은 추진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사에 응한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 162명 중 63명은 개헌 시 바람직한 권력구조로 ‘4년 중임제’를 꼽았다. 이 중 9명은 4년 중임제를 통해 대통령으로 하여금 중간평가를 받게 하되 이원집정부제로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자고 중복 응답했다. 현행 5년 대통령 단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원은 여야 합쳐 2명에 불과했다.

● 개각 필요성, 여 34.8% vs 야 77.8%

개각의 필요성에 대해선 여야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새누리당에선 응답자 34.8%(89명 중 31명)만이 ‘개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의원도 46.1%(89명 중 41명)나 됐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개각은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반면 민주당에선 응답자의 76.7%(73명 중 56명)가 “개각은 불가피하다”고 답변했다.

개각의 시기에 대해서도 여당은 ‘지방선거 이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이 15.7%(89명 중 14명)로 가장 많았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개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방선거 전에 하면 ‘청문회 정국’이 펼쳐져 득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설 연휴 전, 다시 말해 “당장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58.9%(43명)로 가장 많았다.

민주당이 ‘교체 1순위 국무위원’으로 꼽은 사람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30명)이었다. 현 부총리는 새누리당 대상 설문에서도 교체 1순위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현 부총리를 필두로 한 경제팀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새누리당 “조기 전대보다는 현 체제로 선거”

새누리당 내에서는 6월 지방선거 전 조기 전당대회론이 크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의원 47.2%(89명 중 42명)가 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선거대책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6·4지방선거를 치르고, 차기 지도부 선출은 그 이후에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2, 3월에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응답은 14.6%(89명 중 13명)에 그쳤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배혜림 기자

김성훈 인턴기자 한양대 사학과 4학년

어환희 인턴기자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박근혜 대통령#개헌#국회의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