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통일연구원장 “통일 대박 위해 남북통합센터 2월 설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인터뷰

전성훈 통일연구원장은 21일 “통일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지만 통일 준비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전성훈 통일연구원장은 21일 “통일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지만 통일 준비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통일은 준비해야 온다. 그 준비가 바로 남북한 통합이다. 이를 위한 남북한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전성훈 원장은 21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밝혔다. 다음 달 3일 연구원 산하에 만들어질 남북통합연구센터가 남북한 공동연구의 전진 기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는 서울 강북구 통일연구원에서 진행됐다.

전 원장은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역사적 흐름으로 통일이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아직 없다는 게 전 원장의 진단이다. 한 국회의원은 그에게 “통일 전후 우리 국민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매뉴얼을 만들어주면 국민에게 설명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통일을 어떻게 ‘대박’으로 만들 것인지를 제시하는 답이 남북한 통합이다.”

전 원장은 남북한 통합은 한마디로 통일이 되면 불거질 남북 주민 간 이질성을 미리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적, 제도적 통일이 ‘큰 통일’ ‘위로부터의 통일’이라면 통합은 ‘작은 통일’ ‘아래로부터의 통일’”이라며 “통합은 통일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 과정이며, 국민 개개인의 실생활과 직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통합 준비의 필요성’과 관련해 독일 전문가에게서 직접 들은 일화를 소개했다. 독일은 통일 이후 동서독의 서로 다른 보행신호 체계를 서독식으로 바꿨다. 동서독은 신호등에 그려진 사람 모습까지 달랐는데도 말이다. 서독 신호등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밋밋한 그림이었다. 동독 신호등엔 신사가 등장했다.

통일 이후 매일 보던 신호등마저 없어진 동독 주민들은 심리적 박탈감에 빠졌다. 이런 문제를 파악한 독일은 교통신호 체계 중 일부를 동독식으로 바꿨다.

“해답은 바로 그것이다. 통합은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는 데서 이뤄진다. 북한 주민들이 우리보다 통일에 큰 부담과 두려움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남북이 함께 통합을 얘기하면 북한 주민에게 우리 마음을 전할 수 있고, 남한에 흡수 통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남북한 공동 연구는 빠를수록 좋다.”

이를 위한 첫걸음이 남북통합연구센터다. 정치 경제 과학기술 교통 보건의료 사회 법률 교육 역사 심리에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까지 전 분야를 망라한다.

전 원장은 “통일연구원이 ‘남북한 통합 연구’라는 바퀴의 허브가 되고 관련 분야의 국책 및 민간연구기관 37곳이 바퀴살이 돼 협력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당장 국토연구원 보건의료연구원 과학기술연구원과 함께 교통체계 보건의료체계 과학기술체계의 남북한 통합 연구에 들어간다. 그는 “교과서의 경우 북한 주민이 통일한국의 새로운 체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까지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 柳통일 “준비 안된 통일은 재앙” ▼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1일 “준비하지 않는다면 통일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IT포럼’ 초청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언급이) 로또식의 대박을 말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일의 경제적 편익에 대한 장밋빛 환상보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통일#남북통합센터#전성훈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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