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오후 한국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전격 수용함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에 파란불이 켜졌다. 북한이 드디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수용이 “남북관계 새로운 대화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평화 공세’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라고 해 온 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시기도 “귀측(한국 측)이 편리한 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에 일임하겠다는 뜻.
정부 관계자는 “상봉 행사 준비를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 일정 등을 포함해 27일경 북한에 구체적 제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설이 지난 2월에 상봉 행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올해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 이후 각종 선전 매체와 국방위원회의 ‘중대 제안’(16일), ‘공개서한’(24일) 등을 통해 화해 제스처를 보여 왔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위장 평화 공세, 선전 공세”라고 비판하고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이라”고 요구했다. 북한이 조건 없이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함으로써 일단 정부의 원칙적 대북 대응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대응했다. 24일 오전 북한 국방위원회는 ‘공개서한’에서 김정은 제1비서의 특명임을 내세워 자신들의 ‘중대 제안’(16일)이 위장 평화 공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루 안에 ‘북한의 공개서한→한국의 논평→북한의 새로운 제안’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반응을 본 뒤 수용 입장을 내놓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다. 그동안의 정부 원칙을 보고 이산가족 상봉 수용 방침을 결정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25일 오전 1시(한국 시간) 미국 뉴욕에서 갖는 기자회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은 환영하지만 ‘남북관계에서 짚을 건 짚겠다’는 태도다. 특히 북한이 공개서한에서 “불미스러운 모든 과거를 불문에 부치자”고 주장한 부분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덮어 두고 가려 한다면 국민은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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