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과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민관 공조가 정부의 ‘자리 돌리기’ 탓에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박근혜노믹스를 대표하는 두 정책이지만 이를 위해 만든 민관합동 기구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9월 국무조정실과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가 함께 만든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규제 개혁’ 담당 조직이다. 기업 투자의 걸림돌인 규제를 완화해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중요 임무를 맡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40일 넘게 보도자료 배포 등 대외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상근책임자로 조직을 이끌던 양홍석 부단장이 최근 국무조정실 인사로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초 국장급으로 승진하며 부단장 발령을 받았다가 불과 한 달여 만에 사회규제관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임으로는 ‘규제 강화’ 쪽에 더 가까운 일을 하던 한상원 안전환경정책관이 임명됐다.
여기에 비상근 단장을 맡아 정부 측을 대표하던 강은봉 규제개혁실장도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 1급 일괄 사표 제출로 임명된 지 4개월 만에 물러났다. 후임은 현재 공모 중이다.
단장과 부단장이 비슷한 시기에 물러나자 추진단에 파견된 공무원 및 경제단체 직원 20여 명은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말 규제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면 이렇게 조직을 파행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느냐”며 “겉으로는 규제 개혁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자리나 하나 더 만들자는 것 아니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정홍원 총리의 지시에 따라 1급 고위직들이 일괄 사표를 내면서 예상치 못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달 13일 출범한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은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창조경제를 담당하는 민관 컨트롤타워이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오기로 한 국장급 상근책임자(부단장)가 임명되지 않아 업무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추진단은 지난해 정부 출범 직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구성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이 생기는 바람에 1년 가까이 지나 ‘지각 출범’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경쟁력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가 기재부 고위직 인사 적체 해소 수단으로 이용됐던 일이 떠오른다”면서 “사무실도 꾸미고 인력도 파견해 놨는데 언제 날지 모르는 기재부 인사 때문에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