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
정부, 北에 2월 17~22일 행사 제의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속도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27일 다음 달 17∼22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자고 북한에 제의했다. 이어 상봉행사 세부 일정을 확정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실무접촉을 설 연휴 전인 29일 판문점 북한 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북한은 이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정부가 이산상봉 속도 내는 이유
통일부는 29일 적십자실무접촉의 논의 범위를 상봉행사 시기와 상봉자 숙소 문제에 대한 협의로 좁혀 남북 합의를 이뤄낼 방침이다. 이어 설 연휴에 상봉 장소인 금강산에 관계자들을 올려 보내 면회소와 숙소 점검까지 마치겠다는 생각이다.
통상 적십자실무접촉에서 상봉 시기를 제안한 뒤 남북 협의를 거치던 것도 이번엔 시기부터 먼저 제안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실무접촉에서 합의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 날짜를 미리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산가족 상봉이 다음 달 하순 시작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리졸브 기간과 겹칠 경우 북한이 ‘딴소리’를 하며 지난해 9월처럼 예정된 상봉행사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다음 달 17∼22일’을 반드시 고수하겠다는 의지다.
정부 내에선 북한이 정부의 제의에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말보다 행동’을 보여 달라는 정부 요구에 ‘시기를 남측에 맡기겠다’며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한 북한이 이제 와서 시기를 문제 삼아 이산가족 상봉이 어려워지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북한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27일 오전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통지문을 전달했을 때 북한이 별말 없이 수용했다”며 “북한은 자신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통지문은 내용을 미리 물어본 뒤 평양에 접수 여부를 확인해 아예 통지문을 받지 않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30일경 다시 남북 간 상호 비방 중상 중지와 군사 적대행위 중지를 들고 나오면서 키리졸브 중단을 주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주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군포로 등 다른 남북 현안은 거론 안할 듯
정부는 북한이 실무접촉을 받아들일 경우 시기와 숙소 문제 협의에 한정해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부터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해 남북 적십자실무접촉에서 정부가 제기한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생사·주소 확인을 위한 남북 노력’에 대해 김 대변인은 “적십자실무접촉에 호응하는 북한의 반응을 보면서 입장을 정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그런 문제들은 향후 실무접촉보다 격을 높인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규모 확대, 화상 상봉 등을 논의할 적십자회담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정부의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 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위원회’는 27일 정부의 직권조사를 통해 6·25전쟁 당시 서울대 의대 교수였던 7명을 납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가 납북자로 결정한 사람은 모두 265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대 의대 교수에 대한 납북 여부 조사는 지난해 동아일보(5월 3일자 A1면) 기사 ‘서울대 의대 교수들 6·25 때 16명 이상 납북… 이용당한 뒤 숙청-처형’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납북자에 대한 정부의 첫 직권조사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 본보 보도로 알려진 김시창 신성우 당시 서울대 교수 등 3명이 납북자로 결정된 7명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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