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설날은 악몽이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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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
탈북청년 15명, 강남署서 설교육… 한복 입고 세배 배우며 함박웃음

20대 탈북여성 최나혜 씨(오른쪽)가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기숙사에서 한복을 입은 강남경찰서 보안과 직원(왼쪽)의 지도를 받아 저고리 고름을 직접 매보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20대 탈북여성 최나혜 씨(오른쪽)가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기숙사에서 한복을 입은 강남경찰서 보안과 직원(왼쪽)의 지도를 받아 저고리 고름을 직접 매보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북한에서 꽃제비 할 땐 설날이 그토록 싫었는데….”

북한 양강도 혜산 출신 탈북자 윤진철(가명·21) 씨는 설날을 사흘 앞둔 28일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말끝을 흐렸다. 윤 씨는 네 살 때 중국을 드나들던 어머니가 총살당하고 아버지가 거듭 재혼을 하면서 사이가 틀어져 열한 살에 집을 나왔다. 윤 씨 아버지는 꽃제비 단속 요원이었는데 얄궂게도 아들인 윤 씨는 꽃제비가 됐다.

북한에서의 설날은 악몽이었다. 설날만큼은 윤 씨가 구걸하러 가면 사람들이 “설날부터 재수 없다”며 욕을 해대곤 음식을 주지 않았다.

함경남도 이원에서 온 이강용(가명·19) 씨는 네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가 도망가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북한 보육원에서도 설날을 챙기긴 했지만 평소에 주는 시래깃국과 밥에 떡 몇 개 얹어 주는 정도였다. 보육원 생활을 견디다 못해 뛰쳐나온 뒤 꽃제비 생활을 하다 2010년 한국으로 왔지만 설날에는 비슷한 처지인 탈북자 친구와 신세 한탄만 해왔다.

서울 강남경찰서 보안과는 24일 강남구 삼성동의 탈북청년 기숙사에서 10, 20대 탈북청년 15명을 모아 설날 예절 교육을 했다. 탈북청년들은 한복 입은 경찰이 가르쳐주는 대로 한복을 입어보고 남녀마다 다른 세배 법을 배우며 고유의 명절인 설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세뱃돈 5만 원을 받은 이들은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 최나혜(가명·22·여) 씨는 “북한 사람들은 부자가 아니면 평상복을 입고 설을 쇠서 설날에 한 번도 한복을 못 입어봤다”며 “평양 사람들이 입은 한복만 TV로 봤는데 직접 입어보니 정말 예쁘다”며 흐뭇해했다. 염희숙 강남경찰서 보안과 경위는 “탈북청년부터 대한민국의 정서와 문화를 제대로 공유하게 해야 통일 대박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북한#설날#탈북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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