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
朴정부 2년차, 통일엔 유화-북핵엔 강경 ‘투트랙 대응’
북한의 영변 원자로 핵시설 재가동 움직임에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4월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하고 8, 9월경부터 수증기가 포착된 이후 지금까지 원자로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폐연료봉 8000개에 대한 재처리가 마무리 단계라면 핵무기 3, 4기를 생산할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영변발(發) 핵 위기와 다른 점은 플루토늄에 더해 우라늄 농축시설도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방북한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한 영변의 원심분리기를 통한 우라늄 농축이 본궤도에 올랐다면 우라늄탄도 양산 단계에 들어갔을 수 있다.
새해 들어 통일에 대한 의지와 북한 주민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유화적인 대북(對北) 메시지를 주로 던졌던 정부의 기조도 우선순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화전(和戰) 양면공세다. ○ 영변, 무기급 플루토늄 양산 단계로 가나
미국 정보기관 총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달 29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글로벌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핵 단지의 우라늄 농축시설 규모를 확장하고 있고 플루토늄 원자로도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 실험을 위한 배치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사용 가능한 ‘핵카드’를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북한이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를 발사한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개량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최근 2개월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은 은하 3호보다 사거리가 긴 ICBM 발사장 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 은하 3호의 최대 사거리는 1만2000km로 미국 본토 일부까지 도달할 수 있다.
통일부도 성명을 내고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험 가동 정도가 아니라 원자로가 본격 재가동되고 있으며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산가족 상봉, 대답 없는 北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영변에서 핵 가동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북한의 의도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 이후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 공세를 펼치는 동시에 핵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핵 위기 국면을 고조시켜 뭔가 얻어내려는 전략을 쓰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대화 분위기에 편승해 북핵 문제를 소홀히 하거나 북한의 핵 위협에 굴복해 대화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달 스위스 순방 때 “북한이 스스로 변하지 못하면 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향후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기조가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압박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주장대로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최소한 영변 원자로 핵시설 고도화 중단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박 대통령은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이 11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북한이 세 차례나 핵실험을 할 시간만 벌어줬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중국과의 북핵 불용 공감대를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북 지렛대가 가장 큰 중국이 강력한 의지를 보일 경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모습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비공개 양자회담에서 “영변 원자로 시설 재가동이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한 뒤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북한은 설 연휴 기간 내내 17∼22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는 우리 제안에 침묵을 지켰다. 반면 노동신문은 1일에도 “실천행동으로 북남(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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