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현안 전문가 대담]“日, 위안부 책임 느끼고 행동으로 보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7일 03시 00분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왼쪽)와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도발로 촉발된 한일관계 경색 개선 방안 등의 문제와 관련해 긴급 대담을 갖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왼쪽)와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도발로 촉발된 한일관계 경색 개선 방안 등의 문제와 관련해 긴급 대담을 갖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말과 행동의 괴리다. 어떤 표현을 쓰든 일본 자유지만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 그 말을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만들어낸 것이 아이로니컬하다.”(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53)

“정작 아베 정권은 동북아 평화에 소극적이다. 가까운 이웃에게조차 자신들이 주장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보이지 못하면서 하는 말이 무슨 설득력이 있겠나.”(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51)

두 일본 전문가는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가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설명하면서 그 논리로 ‘평화’ ‘세계 공헌’을 반복한 데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외교부 동북아국장을 지낸 조 교수와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박 교수가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벳쇼 대사의 동아일보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한일관계와 아베 내각의 행보를 전망했다.

―벳쇼 대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박철희=위안부 문제는 일본에도 딜레마다.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되풀이하지만 그러면서도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아시아여성기금 발족을 통해 1990년대 위안부 문제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도 눈감고 넘어갈 수 없는 이슈다. 그러면 전(前) 정부 입장을 뒤엎는 자기부정이 되기 때문이다.

▽조세영
=20년 이상 한국과 일본이 해법을 시도하고도 다 실패했고 부정돼 오늘의 숙제가 됐다. 외교적 타협안으로 섣불리 봉합해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1993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일본 정부에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도 “일본을 면책하는 게 아니다.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당시 한국 정부의 정신을 살리면 좋겠다. 그런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고노 담화, 아시아여성기금의 발족으로 이어졌다.

▽박=그런 노력이 결과적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만족을 주지는 못했다. 피해자 본인들이 만족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고령인 위안부 피해자들이 살아 있을 기간이 앞으로 길어봐야 4, 5년이다. 그 안에 풀지 못하면 영구미제로 남는다. 이건 한일 모두에게 부담이고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일본이 아무리 부정하고 왜곡해봐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일본의 짐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조=한 위안부 피해자가 자신이 죽고 난 다음에라도 꼭 해결해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입장을 굽혀서는 안 된다. 더 원칙적으로 일본을 대해야 한다.

―벳쇼 대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일본 위상에 걸맞은 공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평화헌법 개정으로 가는 첫 단추다. 일본이 미일동맹 강화의 수단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이용하려는 측면도 있다. 중국과의 충돌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이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미국의 도움을 확실히 얻기 위해 미국이 공격당했을 때 일본도 도울 수 있다는 집단적 자위권으로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조=헌법 개정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는 것이기도 하다. 헌법 개정은 군대 보유, 해외 파병, 자국에 대한 공격이 아니더라도 군사력 행사를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이 세 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일본은 생각한다. 미국이 자국 안전보장을 해줄 것인지에 대한 일본의 의구심도 상당하다. 미국이 자기편에 서지 않더라도 억지력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미국도 실망을 표시했다. 다시 안 가지 않을까.

▽조=단순히 볼 문제가 아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5년 동안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고집했다. 한 번 갔으니 안 갈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는 어렵다. 지금 미국이 일본에 얘기하는 어법은 ‘한국과 중국에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구하라’는 것이다. 그건 본질이 아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전후(戰後) 체제에 도전하는 일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박=한국은 ‘대화하자면서 야스쿠니신사를 왜 참배하느냐’며 ‘정신 못 차리는 확신범’으로서의 아베만 보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전략적이고 현실적 선택을 하는 아베의 모습도 있다. 이런 모습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고민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올해 12월까지는 야스쿠니신사에 안 갈 가능성이 높다. 12월 이후 갈지는 미국의 압력이 얼마나 센지, 한일관계가 얼마나 진전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한일관계가 개선됐을 때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어려울 것이다.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박=강제징용 부분은 1965년 한일 기본조약에 포함돼 있다. 전문가 상당수가 강제징용은 기본조약을 통해 해결됐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배상 판결이 나오는 것은 한일관계를 넘어 한국에 대한 국제법적 신뢰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위안부는 일본이 해결해야 할 문제, 강제징용은 한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조=1965년 조약 서명 이후 강제징용자에 대한 보상을 한국 정부가 한다는 얘기가 당시 언론에도 나왔다. 또 2005년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법원 판결 전이라도 한국 정부가 이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야 한다.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전망하면….

▽조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이고 당분간은 이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기 어렵다.

▽박=양국 국민들의 상대에 대한 인식이 매우 우려스럽다. 양국 지도자 사이가 좋지 않다. 양국 국민감정이 이렇게 상한 적이 드물다. 정부 당국자들끼리도 신뢰 형성이 안 돼 있다. 일본 우파의 준동이 조용해지고 양국 지도자가 양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53)는>

▷고려대 법학과 ▷주일본대사관 공사참사관 ▷외교통상부 동북아시아국장 ▷살아있는 정치외교연구소 대표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51)는>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 조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원장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정리=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일본#위안부#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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