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67조8000억 눈덩이 증가… 보증채무 등 잠재적 빚도 613조
연금 국공채-금융공기업 등 제외… 정부 의도적 부채규모 축소 논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비(非)금융 공기업의 부채를 합친 국내 공공부문 부채가 821조 원을 넘어섰다. 이와 별도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가입자에게 향후 지급해야 하는 연금 충당부채와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공공부채로 전환되는 보증채무 등 잠재적인 공공부채도 613조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4일 정부 부채의 실상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전체 공공부문 부채를 집계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는 국민연금이 사들인 국공채, 금융 공기업의 부채 등이 제외돼 정부가 의도적으로 공공부채를 줄여 발표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 공공부채 1년 만에 9% 증가
기획재정부가 이날 공개한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는 2012년 말 현재 821조1000억 원이었다. 2011년 말의 753조3000억 원보다 1년 만에 67조8000억 원(9.0%)이 늘었다. 올해 추계인구(5042만 명)로 계산하면 국민 1인당 1628만 원꼴이다. 국내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국민 1인당 가계부채는 약 1983만 원에 이른다. 공공부채와 가계부채로 국민 1인당 약 3600만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공공부채를 부문별로 보면 정부와 지자체가 진 국가채무(D1)가 국내총생산(GDP)의 34.8%인 443조1000억 원이었다. D1과 국민연금공단 등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합한 일반정부 부채(D2)는 504조6000억 원(GDP의 39.7%)으로 늘어난다. 비금융 공기업 부채 389조2000억 원까지 포함한 최종 공공부문 부채(D3)는 821조1000억 원(64.5%)에 이른다.
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공기업 부채가 국가 재정위험까지 옮겨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공부채를 총괄 산출해 공표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공공부문 부채를 산출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가 제시한 공공부문 부채 작성지침(PSDS)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 공공부문 부채를 집계한 적이 없어 국제 비교가 어렵다”면서도 “한국의 국가채무는 GDP의 3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107.4%를 크게 밑돈다”고 설명했다.
○ 연기금 국공채 제외하며 ‘빚 축소’ 논란
정부가 공개한 전체 공공부문 부채 규모와 관련해 일부 빠진 항목 때문에 실제 규모보다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기금이 사들인 국공채나 금융공기업 부채 등이 집계에서 빠져공공부채 규모가 줄었다는 것. 지난해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국가부채 세미나에서는 국내 공공부채가 1988조 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공채(103조6000억 원)를 부채에서 제외했다. 국가기관 사이의 내부거래로 보고 제외한 것이지만 국민연금이 언젠가 국민에게 내줘야 할 일종의 정부 부채라는 점에서 집계방식이 옳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래에 정부가 지급해야 할 연금 규모인 ‘연금충당부채’와 정부가 보증한 ‘보증채무’도 부채에 합산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는 436조9000억 원, 보증채무는 145조7000억 원 수준이다. 금융 공기업들이 가진 부채와 한국은행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163조 원) 등도 집계에서 제외됐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공공부채는 이번에 발표된 821조 원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연금충당부채나 중앙은행 통화안정증권 등은 공공부채에 포함시킨다”며 “별도 항목을 만들어서라도 이런 부채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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