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이 24일 밤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잇달아 침범했지만 군 당국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지자 군 안팎에서 이런 지적이 나왔다. 최근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와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개선 기류의 영향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의 안보 태세에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 경비정은 24일 밤부터 25일 새벽까지 세 차례나 NLL을 넘어와 우리 영해를 휘젓고 다녔지만 군은 10여 차례의 경고통신만 했다. NLL 무력화를 노린 북한 경비정의 고의적 침범 개연성이 높은데도 사실상 지켜보기만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군 관계자는 “이산가족 상봉 기간 중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온 건 이례적”이라며 “키리졸브(KR) 한미군사연습에 대응하고 우리 군의 NLL 대비 태세를 떠보려는 의도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경비정의 침범 동향을 분석하면, 계획되고 의도된 도발 징후가 확연히 드러난다. 북한 경비정은 우리 해군 함정의 거듭된 경고통신에도 불구하고 NLL을 오르내리며 침범과 북상을 반복했다. 이날 북한 경비정이 NLL 이남 해역에 머문 시간은 1, 2차 침범 때 각 20∼30분, 3차 침범 때 2시간을 포함해 총 3시간에 이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 경비정이 (우리 경고에도 불구하고) 더 내려왔다면 강력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군의 과거 대응과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2011년 4월 북한 경비정으로 추정되는 함정이 서해 우도 인근의 NLL 남쪽으로 700m가량 침범했을 때 군은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2012년 9월에도 서해 NLL을 0.5마일 침범한 북한 어선들을 향해 해군 함정이 경고사격을 실시한 바 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상호비방 중상 중단 합의 등 정부 차원의 대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까 군이 알아서 대응수위를 조절했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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