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 길막힌 安, 야권 ‘빅텐트’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김한길-안철수 통합신당 전격합의]
40일만에 마이웨이 포기 왜?

손잡은 안철수-김한길 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한 뒤 악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손잡은 안철수-김한길 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한 뒤 악수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 신당 실험이 막을 내렸다. 1월 21일 제주에서 창당 선언을 한 지 꼭 40일 만이다.

안 의원은 신당을 접고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서 정치적 세력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지지율 정체의 벽에 갇혀버린 안철수 바람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식(式) 새 정치의 대의명분은 퇴색하게 됐다. 정치는 현실과 대의명분 같은 이상 사이에 놓인 괴리를 ‘줄타기’해야 한다. 안 의원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 정치적 도박을 걸었다.

○ 안철수, 현실 정치의 벽 절감했나

안 의원은 일단 통합신당 창당 배경으로 민주당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김한길 대표가 정치적 불리함을 감수하고 무공천이라는 큰 결단을 내렸다”며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국민께 보여주는 것으로 커다란 첫걸음이라고 평가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민주당이 쇄신하지 않는 상태라면 통합은 일고의 가치가 없지만 민주당이 변한다면 그 자체가 새 정치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안 의원의 발언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안철수 신당의 확장성이 벽에 부닥침에 따라 현실 정치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었다. 안철수 신당의 외부 인사 영입도 지지부진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 창당을 고집할 경우 안철수 신당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야권 재편 카드로 상황 반전을 모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 안철수, 새 정치 명분 퇴색 불가피할 듯

안 의원 측은 ‘2017년 정권교체’를 내걸었다. 안 의원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맨손으로 호랑이굴에 자기 발로 들어가는 심정과 각오로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고자 했던 의지와 목표를 끝까지 관철하겠다”며 “다음 대선 때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설명했다. 2017년 대선에 초점을 맞춘 ‘안철수 대망론’을 통해 안 의원의 변신에 실망한 안철수 지지층을 붙잡아놓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새 정치 명분의 퇴색은 안 의원이 맞을 역풍이다. 그동안 안 의원과 손을 잡아온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는 “원래부터 원칙도 내용도 없었던 안철수식 새 정치의 종언을 고한 날”이라며 “기득권에 편승해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이루겠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일각에선 안 의원의 깜짝 발표 방식도 논란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안철수 신당인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끝까지 간다’는 안 위원장의 말을 믿고 합류한 사람이 많다”며 “다시금 ‘나 홀로’ 결심하고 행동하는 ‘최고경영자(CEO)식’ 리더십을 보여준 것은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 김한길, 정치적 성과물은 거뒀지만…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번 통합신당 선언으로 야권을 침체의 늪에서 양지(陽地)로 끌어내는 정치적 성과물을 얻어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어정쩡한 연대보다는 확실한 통합을 성사시킨 것은 일대 사건이다. 절묘한 수를 던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열에 일곱을 내줄 자세로 야권 단결에 임해야 한다”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야권연대 관련 어록을 함께 배포하며 통합 드라이브를 걸었다. 통합의 명분을 확실하게 내건 것이다. 이는 그동안 김 대표의 ‘2선 후퇴’를 외치며 흔들어왔던 친노(친노무현)계를 압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통합신당이라는 배에 ‘안철수’라는 유력한 차기 주자군을 태운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민주당 내에선 이미 대선 재수(再修)를 표방한 문재인 의원과 함께 치열한 주자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김 대표로서는 상대방으로 상대방을 견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 주변에선 벌써부터 ‘김한길 킹메이커론’이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민주당의 주류는 친노 세력이다. 김 대표가 통합신당 창당의 운을 뗄 수 있었지만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김 대표와 안 의원 간 지분 다툼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을 친노가 가만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계파 갈등의 골이 봉합되기보다는 더 깊어질 것이다. 김한길 리더십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길진균 leon@donga.com·배혜림 기자
#안철수#김한길#통합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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