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국내 송환 문제는 민감하고 복잡해 ‘프로페셔널’의 섬세하고 정교한 손길이 필요하다. 그러나 3일 중국 남부 도시에서 발생한 탈북자 구금 사건을 처리하는 외교부의 모습은 허둥대는 ‘아마추어’ 정책의 종합세트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문제가 된 도시는 주요 탈북 루트다. 최근 중국 정부가 검문검색을 강화한 만큼 신분증 없는 탈북자는 검거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외교적 선제 조치가 이뤄진 건 없었다. 지난해 라오스의 탈북자 강제 북송 이후 외교부는 ‘탈북자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했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거의 없다.
이번 사건은 사단법인 물망초를 통해 국내 언론에 알려졌다. 뒤늦게 이를 안 외교부는 “개인의 안위가 걸려 있다”며 밤늦게 비보도를 요구했다. 기자는 수용하지 않았다. 탈북자 보도를 하지 않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에 억류된 탈북자 3명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신병을 인수하라’고 연락했지만 한국 외교부는 즉각 응하지 않았다고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전했다. 그렇다면 기사를 써서 정부와 여론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탈북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다.
외교부는 탈북자의 국내 가족에게 기자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주며 “기사를 막도록 직접 설득하라”고 했다. 본연의 업무는 제대로 안 하면서 출입기자의 개인정보까지 마음대로 외부에 유출하며 모든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려는 외교부의 행태는 한심하다 못해 안쓰럽다. 탈북자들이 한국 언론이 아니라, 한국 정부를 먼저 찾아 안전을 호소하는 게 당연시된다면 3일 밤의 소란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연중기획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를 2년째 펴며 탈북자 문제를 선도적으로 보도해온 본보와 기자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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