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김 “위안부는 중대 인권침해… 日이 고통 줄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7일 03시 00분


주한-주일 美대사 日 동시 압박

유엔서 연설하는 尹외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 저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 사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유엔서 연설하는 尹외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 저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 사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대립이 ‘한미 대 일본’, 나아가 ‘국제사회 대 일본’의 양상으로 확전되고 있다. 일본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한미 양국의 대일본 압박 전선


성 김 주한 미국대사는 6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위안부 혹은 성 노예(sex slave)라는 문제는 아주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징집된 전시 성 노예이며 (미해결된) 살아있는 문제’라는 한국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사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미국) 생각은 분명했다”며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한 것에 적극적 지지를 표명했다. 또 “아직 고통에서 살아가는, 현재 생존해 계신 분(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한다”며 “미국은 일본의 지도자들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도 같은 날 일본의 퇴행적 역사 인식에 대해 “역사는 정의를 향한다”며 일침을 놓았다. 케네디 대사는 이날 NHK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난해 12월 26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미국이 실망을 표명한 의미를 묻는 질문에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에 대해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는 질문에는 일단 “친구나 동맹국도 의견이 다를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복잡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말을 인용했듯이 역사는 정의를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일본의 ‘메아리 없는’ 반박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성 김 대사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스가 장관은 6일 “미국 대사가 지금까지 일본이 해온 노력을 모르고 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기본조약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민간 모금 형식으로 발족시킨 아시아여성기금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동의한 바 없다.

스가 장관은 또 윤 장관이 제25차 UNHRC에서 아베 정권의 고노 담화 검증 방침을 비판한 데 대해 “지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스가 장관의 발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20세기의 일반적인 여성 인권 침해 문제로 확대해 ‘물타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5차 UNHRC에서는 한일 양국이 두 차례의 반박과 재반박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다. 일본이 전날 윤 장관의 연설을 반박한 것에 대해 한국은 “일본은 국제사회의 요구대로 반인륜적 행위에 사죄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거듭 단호히 요구했다. 이후 일본이 반박했고 한국이 이를 다시 비판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위안부 문제가 일본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은 한국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통된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국제사회에 일본 편은 사실상 없는 형국이다. 5일 윤 장관의 연설이 끝났을 때도 UNHRC에 참석한 회원국 대표 대부분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조숭호 기자
#성김#위안부#일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