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을 바라보는 윤여준 의장(사진)의 심경이 복잡한 듯하다. 거듭 안 위원장에게 강한 배신감을 토로했다가 주워 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안철수 신당’ 창당의 ‘키 플레이어’ 역할을 했지만,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 과정에선 배제되면서 감정의 기복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얘기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윤 의장은 그간 고비 고비마다 이를 악물고 참아왔다”며 “요즘 모습은 정말 위태위태하다”고 말했다. 이번 통합 논의 이전에도 윤 의장의 불만은 적지 않았다고 한다.
○ “기본적인 조직운영을 모른다”
윤 의장이 안 위원장의 태도를 직접 비판한 것은 지난달 17일 새정치연합의 창당 발기인대회 때였다고 한다. 안 위원장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진행된 행사가 끝나자마자 곧장 자리를 떴다. 그러자 윤 의장은 개인 일정을 취소하고 행사에 투입된 실무자들을 챙기면서 “이런 날은 ‘고생했다’고 금일봉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수고했다’고 아낌없이 격려하면서 회식이라도 해야 하는데…”라며 안 위원장의 태도를 몹시 아쉬워했다고 한다. 윤 의장은 “기본적인 조직운영의 원리를 모르니, 이 조직이 끈끈함이 없다”라며 “끈끈함을 만드는 게 내 임무”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람 사로잡으려면 과감한 제안 필요한데…”
윤 의장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안철수 신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영입하지 못한 데 대해서도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안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심야에 김 전 교육감을 만난 자리에서 영입을 성사시키지 못하자 윤 의장은 “인재를 영입하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과감하고 일반 사람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야 하는데…”라면서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안 위원장이 교육감과 도지사 출마를 놓고 고심하는 김 전 교육감에게 ‘안철수 신당 입당을 결정해주면 어떻게든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주겠다’는 대담한 약속을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윤 의장은 김 전 교육감이 새정치연합에 입당만 했다면 민주당과의 합당 선언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이명박 대통령처럼 절차적 민주주의 생략”
2일 안 위원장이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을 전격 발표하자 윤 의장의 불만은 폭발했다. 윤 의장은 안 위원장이 자신을 비롯해 공동위원장단을 쏙 뺀 채 조광희 변호사 등 몇몇 측근과 논의해 통합을 결정한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윤 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생략하고 (그것을) 비효율적으로 보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같은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장은 6일 기자들과 만나 “아카데미상을 줘야 한다. 이 자(안 위원장)가 나한테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알아야 하겠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러나 8일에는 “그냥 농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의장은 “통합신당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잔류하지만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결별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농담이라고 피해가는 그의 해명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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