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권철현 전 주일 대사가 지난해 부산시교육감 후보로 언론의 하마평에 오르자 권 전 대사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출마 의사도 없고, 출마 자격도 없다는 게 이유였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4조 1항은 교육감 후보의 자격(피선거권)을 ‘후보자등록 신청 개시일부터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교수로 시작했지만 권 전 대사는 한나라당에서 3선(選)을 지낸 정치인. 17대 국회 이후 원외 인사였지만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인의 교육계 진출에 대한 법적 규제는 더 강화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올해 초 교육감 후보에 교육경력 3년을 요구하는 조항을 신설해 7월 1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헌법 제31조 4항에 규정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자는 취지. 반면 교육계 인사에 대한 제한 조치는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선거 90일 전 사퇴’가 전부다.
과거에는 교육감 선거와 지방선거가 각각 치러지다 보니 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미리 교육감직을 사퇴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지방선거에 나서기 위해선 교육감직 사퇴가 불가피해졌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통합신당 경기도지사, 이기용 전 충북도교육감이 새누리당 충북도지사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공무담임권은 국민의 기본권 영역에 속한다. 도지사 출마 역시 개인의 정치적 선택이다. 하지만 교육자치와 교육발전을 위해 뽑아준 현직 교육감이 정치인으로 무단 횡단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는 점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교육 전문가들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규정일 뿐만 아니라 교육계 스스로도 정치에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입을 모은다. 공무담임권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모두 헌법에 규정돼 있다. 두 가치 중 어느 한쪽이 우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교육감 자리를 다른 자리로 도약하려는 발판이자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꼼수에 최소한의 제어장치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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