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규제개혁’ 연일 강경발언… 불신 산업계에 “이번엔 다르다” 쐐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17일 관련장관회의 직접 주재
정부, 중첩규제 패키지로 풀고 사업케이스별 맞춤 완화방식 추진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규제에 대해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라고 규정했다. 규제 혁파를 위해 관료들에겐 “한 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길 때까지 안 놓는 진도개 정신으로 사생결단하라”고 요구했다. 그야말로 ‘규제와의 전쟁’ 선포다.

그런데도 산업계의 반응은 반신반의다. 당장 12일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한 기업인이 박 대통령에게 대놓고 물었다. “회의장에서는 잘 진행된다고 하는데 나가서도 잘 지켜질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렇게 되면 정말 안 된다”는 표현을 두 번이나 쓰며 정색했다.

정부의 규제 개혁에 대한 불신은 경험칙이다. 김영삼 정부 이래 모든 정권이 규제 개혁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지만 성공한 예가 없다. 박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규제 총량제’ 카드를 꺼냈다. 부처별 규제 총량을 정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려면 기존 규제를 없애도록 하는 방식이다. 당장 규제는 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획기적 규제 개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규제 개혁이 양보다 질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수도권의 어느 한 지역이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개발제한구역, 상수도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로 도저히 개발할 수 없을 때 개발제한구역만 풀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이번에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와 2가지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먼저 중첩 규제를 일거에 없애는 ‘패키지 제거’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흔히 공무원들은 중첩 규제 중 일부를 없앤 뒤 규제 개혁 실적으로 보고하지만 현장에서는 달라지는 게 없다. 이를 바로잡겠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사업을 신청할 때부터 마지막 자본을 투입할 때까지 단계별 진행 상황에 따라 규제를 없애는 ‘프로세스 맞춤형 규제 완화’다. 두 방식 모두 결국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의미다.

규제 개혁 로드맵은 17일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이 회의는 국무총리가 주재했으나 이번부터 대통령 주재로 격상됐다. 박 대통령이 이 회의에서 또 얼마나 강하고 절박한 표현을 쏟아낼지도 관심거리다.

박 대통령의 절박함은 고령화 추세로 생산가능 인구가 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부터 감소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자신의 임기 중 경제 체질을 바꾸지 못하면 도약의 발판을 영영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는 것이다. 취임 1주년 대국민 담화 때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를 두고 “소리 없이 다가오는 무서운 재앙”이라고 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 대통령#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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