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을 올린 야권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중도 노선을 분명히 했다. 16일 채택된 발기취지문에서 “성찰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고 모든 국민을 통합해 강하고 매력적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이날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당의 색깔은 안 위원장의 손을 많이 들어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 발기취지문, 안철수 측 더 배려한 듯
발기취지문에서 민주당의 주요 정책인 경제민주화는 민주적 시장경제의 내용으로 포함됐다. 민주당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던 ‘보편적 복지’는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으로 한발 물러선 느낌을 주었다. 당내에선 “민주당보다 새정치연합을 더 배려한 느낌”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한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진영 논리와 막말과 이전투구로 국민을 불안하고 걱정하게 만들었던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도노선 강화론과 맥이 닿아 있다. 안철수 위원장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과는 결코 함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득권을 내려놓는 창당 기조를 지켜나가야 한다”며 정치혁신을 위한 기득권 포기를 주문했다.
민주당에선 현역 국회의원 126명, 권노갑 상임고문 등 상임고문단, 김옥두 국창근 전 의원, 양영두 당무위원 같은 동교동계 인사 등 324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새정치연합 측에선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등 355명이 참여했다.
○ 당명에서 살아난 ‘민주’
신당의 당명에선 한때 ‘민주’란 두 글자가 빠질 뻔했다. 새정치연합은 12∼14일 자체 홈페이지에서 접수한 당명 중 ‘새정치민주연합’이 1위를 했지만, 민주당에는 ‘민주’가 없는 ‘새정치국민연합’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도로 민주당’으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이다. 반면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새정치민주당’이라는 이름이 가장 많이 응모됐다.
그러나 ‘새정치 국민의 당’이라는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사당명을 쓸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새정치국민연합이 탈락했다. 새정치연합은 다시 ‘새정치미래연합’과 ‘새정치희망연합’을, 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새정치민주당’ 등 ‘민주’가 들어간 당명을 다시 제안했다. 신당추진단은 15일 △새정치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새정치희망연합을 대상으로 긴급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장 호응이 높았다. 다만, 약칭은 ‘새정치연합’이 채택됐다. 안 위원장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창당 발기인에 무소속 박주선, 강동원 의원이 합류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석은 민주당 126석을 포함해 130석이 됐다. 신당의 상징색은 ‘바다파랑’으로 결정됐다.
○ 창당행사에 빠진 문재인과 이해찬
이날 창당발기인 대회에는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민주당 문재인 이해찬 의원은 불참했다. 2011년 ‘혁신과 통합’을 통해 ‘민주통합당’이란 신당을 창당했고, 2012년 대선 때 민주당 대선후보와 대표를 나란히 지낸 두 사람이 창당 행사에 빠진 것이다. 문 의원 측은 “부산에서 개인 일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행사에 앞서 당명 추인 등을 위해 소집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고성이 오갔다. 김상희 의원 등이 “신당에 친노·종북 의원은 빠지라”고 주장한 조경태 최고위원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 조 최고위원이 거절하자 정청래 의원은 “건방 떨지 마”라고 고함을 쳤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결혼식 가기 전 한쪽 식구끼리 싸우는 것 같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조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친노)들이 총선과 대선을 망친 것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사과를 주장한다”며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한편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에 대해 “DJP연대(김대중, 김종필 연대)가 내각제 합의 파기로 간판을 내렸듯이 ‘짝퉁 새 정치’도 시한부 동거의 종말을 고할 날이 머지않았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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