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것은 허룽(和龍) 시 공안국 명의로 발급된 유우성(본명 류자강·34) 씨의 출입경 기록과 발급확인서 2건이 위조된 정황을 포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이 유 씨 항소심 도중 검찰에 제출한 문건은 총 3건으로 허룽 시 문서 2건과, 유 씨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명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이다. 이 중 ‘싼허 문건’은 위조 사실이 명백해진 만큼 결과적으로 국정원이 제시한 문건 3개가 전부 위조됐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 “2번 문건 허점투성이”… 권 과장 존재 드러나
검찰은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을 발급했다는 허룽 시 공안국의 ‘발급확인서’가 주선양 총영사관-외교통상부-대검으로 건너오는 과정에서 권 과장이 가담한 혐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권 과장이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과 함께 싼허 문건이 위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에게 영사확인서를 작성하는 방안을 알려줬는지, 위조 자체에 권 과장이 개입했는지를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권 과장이 ‘윗선’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이 같은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수사팀은 초기부터 허룽 시 공안국 명의 발급확인서가 위조라는 심증을 강하게 가졌다고 한다. 이미 국정원이 입수한 문서에 찍힌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 인증 도장 2건이 육안으로 봐도 서로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또한 동일한 내용의 문건이 한 시간 사이에 다른 팩스를 통해 주선양 총영사관으로 발신됐고, 중국 공문서에서 찾아보기 힘든 표현이 여럿 들어 있었다는 것. 특히 처음 온 팩스 문건의 발신번호는 지역번호 없이 ‘9680-2000’으로 중국 내 스팸번호로 자주 이용되는 번호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중국에 있던 권 과장을 18일 귀국시켜 조사하는 한편 김 과장과 권 과장의 상급자인 국정원 대공수사팀 이모 팀장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은 증거조작 의혹의 윗선을 규명할 단서를 검찰이 일부 확보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김 과장이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 문건 위조를 지휘라인에서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고 보고 이를 근거로 이 팀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위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버티던 김 과장은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시인하는 취지로 일부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 유우성 씨 측 문건도 확인해 위조 가린다
검찰은 유 씨 변호인 측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 2건의 진위도 가려내기로 했다. 검찰은 이들 문서의 진위를 가려야 국정원이 제시한 문서 위조 여부도 확정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스타파’는 유 씨 동생 유가려 씨가 정황설명서(A)를 손에 들고 있는 장면과 클로즈업한 문서(B)를 보여줬는데, 국정원은 “두 문서의 형식과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A는 ‘정황설명’이라는 한자가 각각 띄어쓰기가 돼 있지만 B는 붙어 있다. 중국 공문서는 제목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B에는 A에 없는 유 씨에 대한 인적정보가 4줄가량 포함돼 있다. 관인이 찍힌 위치나 선명도도 다르다.
변호인 측은 “유 씨의 인적사항이 상세하게 표기된 문서(B)를 재발급받아 법원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중국 현지에 나간 조사팀을 통해 관인 원본을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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