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벗은 북한 땅을 푸르게]
[준비해야 하나 된다]<中>본보 후원 ‘아시아녹화기구’ 창립식
“북한의 급속한 사막화는 한반도와 우리 민족의 재앙입니다.”
김진경 평양과학기술대 총장(사진)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산림화(山林化)와 수림화(樹林化)에 성공한 경험을 북한에 전수해 민족의 재앙을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현재 북한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면 모든 곳에서 산림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더이상 북한에 나무를 심는 일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 총장은 평양과기대를 통해 북한의 산림녹화 사업에 힘을 보태왔다. 110여 명의 국제교수가 북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평양과기대는 현재 농생명공학부가 농촌 살리기와 산림복원을 위한 실험농장을 운영 중이다. 향후 산림대학(임업대학)을 설립해 북한의 농촌과 산림을 복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수많은 농림 전문인을 양성해 북한의 농토와 산지를 푸르게 만드는 각종 사업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북한의 산림녹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자체 능력만으로는 산림녹화는커녕 황폐화의 속도도 늦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6·25전쟁 직후에는 남한의 산림훼손이 북한보다 더 심했다”며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추진한 것이 남한에 울창한 수림이 가득 차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1990년대 이후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붉은 황토 흙이 보일 정도로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됐다고 김 총장은 덧붙였다.
그는 “북한 정부 역시 산림 황폐화에 고심하며 한국의 산림녹화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먼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일각에서는) 북한 주민을 이민족이나 다른 나라 사람같이 생각하는데 이들은 분명한 한민족이자 형제”라며 “산림녹화 사업이 북한 땅에 ‘영원한 산소’를 공급하는 운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한이 산림녹화를 매개로 전반적인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였다. 김 총장은 “한반도 녹화 계획이 통일을 앞당기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를 푸르게 만들어 자연통일을 이루면 정치통일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말했다. 남북 양측이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서부터 단계적으로 통일을 이뤄 나가면 신뢰가 형성돼 향후 경제적·정치적 통일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