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영일]“내 지역은 빼고”… 與지도부, 여성 우선공천 ‘님비’

새누리당이 6·4지방선거에서 여성 우선공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성 우선공천은 몇몇 기초단체장에 정치적 소수자인 여성을 전략 공천하는 제도다. 어느 지역을 우선공천 지역으로 하느냐를 놓고 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가 정면으로 충돌했고, 남성 예비후보자들은 “역차별”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에 대한 공천 배려라는 ‘총론’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어느 지역을 여성 우선공천 지역으로 할 것이냐는 ‘각론’에 들어가면 사정이 복잡해진다. 밥그릇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논란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자초했다. 여성 우선공천 지역을 선정하려면 사전에 당원과 해당 지역민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런 절차가 빠졌다고 한다. 여성 우선공천으로 선정된 지역도 그 배경을 알지 못하고 있다.

손영일·정치부

사정이 이러니 여성 우선공천 지역을 밀어붙이는 당 지도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당 지도부와 실세들 그리고 공천위원들의 지역구는 여성 우선공천 지역에서 모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네 지역구는 되지만 내 지역구는 안 된다”는 ‘정치적 님비(NIMBY)’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나돌고 있다. 별의별 음모론도 확산되고 있다.

여성 우선공천 지역이 대부분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니 별문제가 없다는 말도 수긍하기 어렵다. 실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지역 기준에 정작 공천위원들이나 당 지도부의 지역은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원 공천위 부위원장의 지역구(경북 군위-의성-청송)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80% 이상 득표를 한 새누리당 절대 강세 지역이다. 황우여 대표의 지역구(인천 연수구)는 ‘인천의 강남’으로 불린다. 김세연 공천관리위원(제1사무부총장) 지역구(부산 금정구) 역시 지난 총선에서 김 의원이 66%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곳이다. 이 지역은 여성 우선공천 지역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4년 전 당시 한나라당도 여성 전략공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좀처럼 합의를 찾지 못하자 당시 정몽준 대표(동작)와 서울시 공천심사위원장인 이종구 의원(강남)은 자신의 지역구를 여성 전략공천 지역으로 내놓고 해법을 찾았다. 내 사람을 심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여성 우선공천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론을 불식시키려면 지도부의 치밀한 정지 작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 지도부의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

손영일·정치부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