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가 한국에서 주요 뉴스가 되는 것처럼 북한 역시 한미 양국 군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2월 6일 북한 관영언론은 국방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논의되는 와중에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 편대가 서해 직도 상공에서 핵 타격연습을 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2월 14일 미국 ABC 뉴스는 ‘북한이 B-52 출격에 화가 나 장기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를 다시 노동교화소로 돌려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종의 몽니였던 셈이다.
북측 성명이 공개된 이후 한미 정보당국은 사전 누설 여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의심할 만한 흔적은 없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더욱이 이러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라는 것. B-52는 날개 너비만 56m에 달하는 데다 황해도에서 군산까지 직선거리가 150km 내외에 불과하므로 북측 레이더에 탐지될 개연성이 있지만, 동체가 작아 탐지가 쉽지 않은 한국군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북측이 이의를 제기한 일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가장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경로는 공개정보다. 한국국방과학연구소(ADD) 등 무기체계 개발기관이 태안에서 운용하는 해상 발사실험장의 존재는 기밀이 아니다. 특히 민간선박의 안전을 위해 국립해양조사원의 항행경보 사이트를 통해 훈련 예정 사실을 인터넷에 공개한다. ‘뭔가 훈련이 진행된다’는 사실은 북측에서도 사전에 파악이 가능한 셈이다. 북측이 이 정보를 예의주시한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고 당국자들은 전한다. 북측이 실제로는 진행되지 않은 남측의 사격훈련을 비난하고 나서는 바람에 우리 측을 당혹케 한 일이 있었다는 것. 예정된 훈련은 취소됐으나 항행경보 사이트에 올린 사전경고를 내리지 않아 생긴 일종의 해프닝이었지만, 거꾸로 우리로서는 장소와 무기체계 종류에 따라 북측이 훈련 실행을 직접 확인할 능력이 제한돼 있음을 확인한 계기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북한 관영언론이 북한군 레이더만으로는 탐지가 어려운 세부사항을 언급하며 비난에 나서는 경우도 있기 때문. 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우리 측 미사일 개발이나 미군 전폭기의 서해 진입은 중국이나 러시아로서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북측에 흘려 자기들 대신 문제를 제기하게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대북제재 동참을 공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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