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서 ‘현실’로… 유연해진 朴대통령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1일 03시 00분


[대북 3대 제안 이후]
네덜란드-독일 순방이 남긴 것

아버지 이어 50년만에 찾아온 딸… 在獨 교포들 눈물 박근혜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타이겐 베르거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화동들과 입장하고 있다(위쪽 사진). 박 대통령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여러분이 땀과 눈물로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만들어주셨다”고 치하했고, 한 여성 참석자(아래 왼쪽)와 남성 참석자(아래 오른쪽)가 연설 도중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아버지 이어 50년만에 찾아온 딸… 在獨 교포들 눈물 박근혜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타이겐 베르거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화동들과 입장하고 있다(위쪽 사진). 박 대통령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여러분이 땀과 눈물로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만들어주셨다”고 치하했고, 한 여성 참석자(아래 왼쪽)와 남성 참석자(아래 오른쪽)가 연설 도중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5박 7일간의 네덜란드, 독일 순방을 마치고 29일 귀국했다. 이 기간에 박 대통령은 네덜란드 핵안보정상회의와 독일 국빈 방문 외에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까지 진행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전문가들은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이 원칙에 집착하기보다는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현실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미세 조정’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는 주변국들과 함께하는 것이기에 일관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맞춰 가고 있다”며 “출국 전 고민이 많았지만 성과도 많았던 순방”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많은 숙제도 남겼다.

먼저 한일관계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 정상회담을 하려면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을 고수해 왔다. 양국 정상이 악수를 했는데도 뒤돌아서서 역사도발로 뒤통수를 치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공식 장소인 국회에서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최초로 약속한 것을 명분으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했다. 무엇보다 한일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미일 3국 공조가 느슨해지는 데 대한 미국의 강한 우려가 박 대통령이 회담에 나선 현실적인 이유였다.

회담에서 북핵 공조의 의지를 다지는 성과를 거뒀으나 정상회담 직후 “고노 담화는 일본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아니다”(문부과학상) “안중근 기념관은 테러리스트 기념관”(관방장관) 등 일본 고위관료의 역사왜곡 발언이 이어지고 있어 박근혜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6자회담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의 생각은 한결 유연해졌다. 박 대통령은 6자회담이 시작된 지 10년을 맞았던 지난해 “지난 10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개발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보장되지 않는 한 6자회담은 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지난해 말에도 중국이 회담 개최를 시도했으나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한중,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잇달아 6자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성과 없는 6자회담이 북한의 핵개발 시간을 벌어주었지만 반대로 아무 협상도 안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또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며 “대통령이 6자회담 자체를 거부한 적이 없고 더 효과적인 협의체도 없기 때문에 중국을 믿고 더 시도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비무장지대(DMZ) 평화 공원 등을 북한에 제안했지만 반응이 없다. 박 대통령이 집권 후 북한 핵개발과 경제 병진은 불가능하다고 압박했지만 북한의 핵개발 능력은 계속 고도화되고 있다. 대통령 순방 기간에도 북한은 노동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은 독일에서 북한의 비핵화 전제 없이도 복합농촌단지 공동 조성, 교통 통신 등 대북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문제 해결과 별도로 통일을 대비해 북한과의 인도적 교류를 강화해 동질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30일 박 대통령의 제안에는 응답하지 않은 채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운운했다. 호의(好意)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박 대통령의 제안도 빛이 바랠 가능성이 크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 대통령#네덜란드#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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