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미사일·인권 압박을 거론하며 다시 한 번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동일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예고 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붉은 선’을 그었는데 미국이 도발을 계속하면서 이 선을 넘어선다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차석대사는 ‘붉은 선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더이상 핵과 미사일,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도발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 등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며 “미국은 미사일 비핵화 인권 문제를 수단으로 (북한) 정권교체를 노리고 있으며 이것이 미국의 (북한) 적대정책의 목표”라고 주장했다.
이 차석대사는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기다려보라”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말 한미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거론하며 “미국은 평양을 점거하기 위해 이러한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한반도는 극도의 긴장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차석대사는 “미국은 북한 인권 문제 운운하며 갈수록 심한 소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장서온 사람이 바로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인 만큼 그의 북한 방문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주장에 대해 미국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국장은 5일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 기고문에서 “북한의 발표를 보면 ‘무엇을 터뜨리느냐’보다 ‘어떻게 터뜨리느냐’에 강조점이 있다”며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두 개 이상의 핵장치를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리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실험을 하기 위한 것으로 북한처럼 겨울이 춥고 돈과 자원이 부족했던 옛 소련이 애용한 방식이다. 루이스 국장은 “소련은 146회 연쇄 핵실험으로 400기의 핵폭탄을 터뜨렸고 미국은 63회에 158기를 실험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여러 개의 갱도를 파고 있는 정황과 연관된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처럼 산의 옆구리를 파는 수평 갱도가 아니라 땅의 아래를 파는 수직 갱도를 통한 핵실험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규모를 고려하면 수십 kt(킬로톤)의 핵실험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큰 규모의 실험을 위해 제3의 장소에 더 깊이 수직 갱도를 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열핵물질을 활용한 대기권 중 핵실험이지만 공기 방사능 오염을 우려한 중국이 막을 가능성이 높아 북한이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루이스 국장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수직 갱도 실험은 비용이 만만치 않고 소형 핵탄두 실험을 겸한 공해상의 대기권 실험은 방사선 노출로 주변국 및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살 우려가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핵탄두 소형화가 상당 수준 진행됐다면 이를 겸한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의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언제든지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로 준비 중이나 풍계리 등 핵실험장 내 계측장비의 이동 같은 실험 임박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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