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휘말린 국가정보원이 잇단 자충수로 휘청이고 있다. 국정원이 결백을 입증하겠다며 중국 내 협조자와 탈북자의 신원을 노출해 대북 정보망을 훼손하는 등 되레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은 증거조작 의혹에 휘말리자 중국에서 문서를 입수해 전달한 조선족 협조자 김모 씨(61·구속 기소)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내로 데려와 조사를 받게 했다. 세계 정보기관이 자국을 도운 휴민트(인적 정보망)를 철저히 보호하고 노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정원이 자살골을 넣었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 내 휴민트가 타격을 입은 것은 현실화됐다.
국정원 요청으로 비공개 재판에 나온 탈북자 신원이 두 차례 노출되는 동안 국정원이 아무런 역할을 못한 점도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6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재판에 출석한 보위부 출신 탈북자 A 씨 신원이 특정 경로로 유출됐다. 또 이를 재판부에 항의하는 탄원서를 낸 것마저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됐다. 이 과정에서 북한에 있는 A 씨의 가족이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A 씨 관련 내용이 보도되는 데 국정원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국정원이 4일 탈북자를 조사하고 탈북자 중 간첩을 가려내는 중앙합동신문센터를 공개한 것도 자충수였다는 지적이 있다. 가혹 행위 의혹을 불식시킨다는 취지였지만 실질적 취재는 제한하고 준비된 인터뷰만 허용해 의혹을 잠재우지 못했다. 오히려 합신센터 정보만 노출돼 득보다 실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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