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무인정찰기에 한국군의 방공망 곳곳이 뚫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보태세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서해 5도와 청와대 등 서울 상공은 물론이고 휴전선에서 130km나 떨어진 동해안 깊숙한 지역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한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시민의 신고나 제보가 없었다면 길게는 6개월이 넘도록 북한 소형 무인기의 추락 사실조차 파악 못한 군 당국의 무능을 질타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 ‘설마’가 사람 잡은 북한의 무인기 도발
우선 북한 소형 무인기의 위협을 과소평가한 군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군은 1990년대부터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중동 지역에서 소형 무인기를 들여와 대남 정찰 및 공격용으로 개조 배치해왔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 2010년 10월에는 대남 침투와 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인민군 정찰총국이 중국 등에서 초경량 무인비행기의 엔진과 관련 자료를 수집한다는 첩보까지 입수했다.
하지만 군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불과한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조잡한 수준으로 보고 “설마…” 하면서 방심한 탓이다. 군은 이제야 북한 무인기를 ‘실질적 위협’으로 보고, 저고도 탐지레이더 긴급 도입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허술한 대북 경계태세도 도마에 올랐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레이더로 잡기 힘들다고 해도 청와대 상공과 최전방 방공망을 뚫고, 휴전선에서 130km 후방까지 침투하도록 허용한 것은 대북 경계작전의 중대 실책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군 관계자는 “청와대 상공을 철통 감시해야 할 수도방위사령부 등 해당 부대와 경계초소, 휴전선 인근 최전방의 첨단 방공장비까지 북한 무인기를 놓친 것은 사실상 경계작전의 실패”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군 당국이 경계태세의 문제점과 기강해이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 국가안보태세조차 ‘통일 대박론’에 취했나
군 지휘부의 무른 대응이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 군 지휘부가 올해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을 간과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2월 21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기간에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동해상으로 발사했지만 군은 엿새나 지난 뒤에야 그 사실을 공개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북한 경비정이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세 차례나 침범해 3시간여 동안 영해를 휘젓고 돌아갈 때까지 우리 군은 경고사격 없이 10여 차례 경고통신만 하는 선에서 그쳤다.
3월 24일 경기 파주시 야산에서 추락한 소형 무인기에서 북한식 표기 등 북한 소행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발견됐지만 군 당국은 이를 쉬쉬하다가 31일 백령도에서 또 다른 무인기가 발견된 뒤에야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였다.
군 고위 관계자는 “올 초 상호비방 중단 요구와 이산가족 상봉 합의 등 북한의 대남 화해 전술에 군 수뇌부가 휘둘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비롯한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를 깰까 봐 군 수뇌부가 북한의 도발에 저강도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이를 활용해 미사일과 로켓, 무인기 등 비대칭전력으로 한국의 대응태세를 정찰하고 떠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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