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8일 기존의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다. 안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원칙과 소신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하면서도 “국민과 당원의 뜻을 모아 결과가 나오면 최종적인 뜻으로 알고 따르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탄생의 도화선이 된 기초선거 무공천에 쐐기를 박았던 그간의 행보에 비춰 보면 후퇴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 꿈쩍 않던 안철수, 왜?
안 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당내 반발이 그만큼 거셌기 때문이다. “무공천을 강행하면 풀뿌리 조직은 궤멸된다”며 재검토 내지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데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도 무산되면서 사면초가 상황에 내몰렸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원내외 인사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했다. 문재인 의원은 “당원투표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면 국민 50%, 당원 50%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후 안 대표를 설득했고, 결국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묻는 방식을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당원뿐만 아니라 국민까지 포함한 조사라면 무공천 입장을 번복한다고 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안 대표 측 일각에선 당원 및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무공천 여론이 높게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각종 조사 결과 두 갈래 여론조사를 합치면 ‘무공천’ 의견이 높은 점이 긍정적 신호라는 것이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안 대표가 무턱대고 이 카드를 받은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안철수, 잃은 것과 얻은 것
사실 안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았다. 지난달 2일 민주당과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선언할 때 기초선거 무공천이 고리가 된 만큼 무공천을 철회하는 순간 합당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당 공천이 허용되면 세가 약한 안철수 세력보다 옛 민주당 인사들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이 철회되면 안 대표는 자신의 상징이었던 신뢰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정계 입문 후 고비 고비마다 급선회한 모습을 재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대선 중도 포기, 올 초 독자신당 포기에 이어 이번에도 ‘철수’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안 대표도 이 점을 감안한 듯 기자회견에 앞서 연 의원총회에서 기초선거 공천 문제와 관련해 “정치 생명을 걸었다”란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 대표가 정면 돌파를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카드로 꽉 막힌 기초선거 무공천 정국의 출구전략을 찾았다는 얘기다.
○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내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공천에 찬성할 가능성이 큰 일반 국민 비율을 50%로 한 것이 사실상 명분 쌓기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지도부에서 제기된 것.
우원식 최고위원은 “다시 묻는다면 당원투표를 해야지,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섞는 안은 반대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반면 애초부터 ‘기초선거 무공천’을 주장했던 조경태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결정에 대해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최고위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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