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중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단둥(丹東)에서 배를 타고 신의주가 보이는 데까지 갔지요. 황폐해진 산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지금은 얼마나 더 헐벗었을지…. 죽기 전에 직접 북한에 가서 나무를 심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생사도 모르는 가족들을 북한에 남겨두고 남한에 내려온 실향민에게 헐벗은 산은 헐벗은 가족으로 보였을 것이다. 박영규 씨(83)가 주저 없이 본보와 기후변화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캠페인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박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한식당의 단골손님인 고건 기후변화센터 명예이사장(전 국무총리)으로부터 이 캠페인 이야기를 듣고 크게 공감했다고 한다. 캠페인 이야기를 듣자마자 500여 그루를 기부하기로 했다.
“다른 어떤 대북 지원사업보다 나무 심기가 중요한 이유는 통일에 대비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북한 주민들의 삶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밀가루나 쌀 같은 식량 지원은 북한 주민 손에 쥐여준다고 해도 당장의 끼니를 해결해주는 지원에 그칩니다. 반면 치산(治山)은 산사태를 방지해 그로 인한 손실을 막아줄 뿐 아니라 맑은 공기와 물을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우거진 산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은 사람에게 꼭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얻을 수 없기에 하루빨리 북한에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박 씨는 나무 심기가 “북한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치산을 한 것이 오늘날 발전의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박 씨는 북한을 점령한 공산주의자들을 피해 1947년 어머니와 단둘이 한국으로 내려왔다. 1971년 서울 인사동에 자신의 고향 지명인 ‘선천(宣川)’에서 이름을 딴 한식집을 연 뒤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그는 가끔 북한에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콜레라,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발생한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옛날에는 장티푸스를 장질부사라고 했어요. 1·4후퇴 때 기차 안에서 쌀을 파셨던 어머니한테 장티푸스가 옮아 피란을 못할 뻔했지요. 이제는 까마득한 일이 돼 버렸는데, 북한에선 그때 앓았던 병이 요즘에도 있다니….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북한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이 더 생각납니다. 중국에 갔을 때 북-중 국경지역에서 북녘 가족 한 명을 만난 적이 있었죠. 뼈만 앙상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서 빨리 통일이 돼서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박 씨는 통일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손자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통일을 남의 나라 일처럼 얘기하고 통일에 대한 관심도 적습니다. ‘통일 대박’의 당위성을 국민들이 알기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부와 유관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박 씨는 통일을 위해선 남북한 교류를 늘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와 섞일 수 있는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정부가 만들어 가다 보면 남북한의 이질감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의 ‘분단 1세대’들이 살아 있을 때 통일을 이뤄야만 이들이 남북 간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힘닿는 데까지 북한 나무 심기 운동을 돕고 싶습니다. 앞으로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캠페인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ARS 060-707-1700으로 전화(통화당 3000원 기부)하거나 계좌이체(우리은행 1005-202-451214·예금주 기후변화센터 아시아녹화기구)를 하면 된다. 문의는 아시아녹화기구 홈페이지(아시아녹화기구.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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