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던 지난달 25일 강원 평창군 평창읍 산림청 평창양묘사업소의 약수묘포. 1m 너비의 이랑(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에는 묘목이 7열종대로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산림청이 북한의 황폐화된 산림 복구 지원을 위해 키우고 있는 묘목들이다.
이랑 앞에는 나무를 소개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전나무, 구상나무, 종비나무 등등. 눈에 띄는 부분은 ‘2-3’이라는 숫자. 이는 파종 후 2년 동안 키운 뒤 이식해 3년을 더 키웠다는 의미다. 수령(樹齡)이 5년이 된 나무지만 묘목의 높이는 50cm 정도에 불과했다. 사람보다 더디게 자라는 셈이다. 나무는 10년까지는 생장이 늦어 상당한 관심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게 ‘나무 박사’인 양묘사업소 직원들의 말이다.
이랑 사이에는 봄을 맞아 잡초를 뽑고 흙을 고르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이곳에서 25년째 일하고 있는 이은숙 씨(60·여)는 “비료 주고, 물 주고, 풀 뽑고…. 나무는 아이 키우는 것처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이 나무들이 북한에 간다고 하니 더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약수묘포에서 자라고 있는 묘목 가운데 6만8540본이 올해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산간양묘장으로 이식된다. 산간양묘장은 대북 지원용 묘목 생산을 위해 지난해 조성한 곳으로 총면적은 2만8231m²에 이른다. 대관령은 해발 700m가량의 고랭지로 북한과 기후대가 비슷해 일종의 적응훈련장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산림청은 올해 경북 봉화에도 대북 지원용 묘목을 생산할 산간양묘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접경 지역인 경기 연천군도 1만3200m² 규모의 대북 지원용 묘목 증식원 조성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북한 지역과 연평균 기온이 비슷한 평창과 경기 용문, 경북 춘양 양묘장 3곳에 2012년 북한 조림용 시범양묘장을 조성해 밤나무, 블루베리, 비타민나무 등 5310본을 심었다.
그러나 이 묘목들이 언제 북한으로 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남북 긴장 국면이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승인과 북한의 수용 여부를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먼 미래 푸른 한반도를 위해 북으로 보내질 묘목들을 소중히 키우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은 이 묘목들이 단기간 내에 북한에 지원되지 못할 경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경관 숲 조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박인동 평창양묘사업소장(56)은 대북 지원용 묘목을 키우는 심정이 남다르다고 했다. 2000년 이곳에서 키운 묘목 20만 본을 북한에 보내면서 느낀 감동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다. 박 소장은 “산간양묘장에서 1, 2년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치면 언제든 북한의 산림에 이식해도 될 정도로 튼튼해진다”며 “정년퇴직까지 4년 정도가 남았는데 그전까지 이 나무들이 북한으로 가는 장면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ARS 060-707-1700으로 전화(통화당 3000원 기부)하거나 계좌이체(우리은행 1005-202-451214·예금주 기후변화센터 아시아녹화기구)를 하면 된다. 문의는 아시아녹화기구 홈페이지(아시아녹화기구.org).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