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
‘평양클럽’에 듣는다<5·끝>로드리게스 멕시코 남북 겸임대사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국가라는 공동체로 통일할 수 있는 비밀병기는 바로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경제 시스템입니다.”
호세 루이스 베르날 로드리게스 멕시코 남북 겸임대사는 최근 서울 용산구 주한 멕시코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이 모여 사는 스위스를 예로 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스위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토대를 둔 경제 시스템을 통해 하나의 국가로 존재할 수 있다”며 “(과거 냉전시절 소외됐던) 체코나 헝가리가 유럽연합(EU) 경제권에 편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안보경제 전문가답게 로드리게스 대사는 경제 시스템 동일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북 간 통일의 전제 조건을 묻는 질문에 대한 우회적인 답변이었다.
로드리게스 대사는 “동·서독을 갈라놨던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서로 다른 (경제) 시스템이었다”며 “개발과 성장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고 통일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역시 국제적 경제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경제공동체에 가입하고 국제사회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멕시코는 다양한 빈곤층 구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과 창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멕시코의 이 같은 노하우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다양한 교류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2012년 광명성 3호의 궤도 진입 실패를 공식 인정하고 한국의 북한 관련 언론 보도에 즉각 반응한 사례 등을 들어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국제사회의 시각을 이전보다 더 많이 인식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북한 주민의 학습 능력이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될 것”이라며 “멕시코나 국제사회는 북한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다원주의 외교정책을 내세운 멕시코는 1980년 9월 북한과 수교한 뒤 1992년 3월 멕시코시티에 상주공관 설치를 허용했다.
향후 방북 등을 통해 북한과 다양한 접촉을 할 예정이라는 로드리게스 대사는 “기술적으로는 현재진행형인 한반도의 전쟁을 끝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한 첫 단계는 평화 정착이고 모든 분야에서의 군축(disarmament)이 바로 그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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