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에 발목잡힌 민생법’ 미방위 또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4일 03시 00분


《 19대 국회 ‘최대 불량 상임위’로 꼽히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4월 국회에서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4월 국회가 열린 지 2주가 지났지만 미방위는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다걸기(올인)하면서 나머지 법안 처리까지 모두 정지된 상태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의 폐해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새누리당은 미방위 정상화를 위해 ‘읍소 전략’을 폈다. 미방위 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 하나 때문에 미방위가 법안의 무덤이 되고 민생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여야가 이미 합의한 법안 127건 가운데 야당이 제출한 법안 51개만이라도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이 제출한 법안마저 처리를 미루는 황당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조 의원은 “야당이 아무 이견이 없는 법안까지 쟁점 법안에 묶어 처리를 해주지 않는 바람에 국민에게 직접적 피해가 가고 있다”며 “6월부터 방송 분야는 따로 상임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방송 분야 상임위를 별도로 만들려면 국회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야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야당 간사인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이 법안 처리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얘기”라며 “우리가 방송법 조문에 대해 다시 논의를 하자고 해도 새누리당이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을 다루는 상임위를 별도로 만들자는 것은 조직개편을 다시 하자는 것과 같은 얘기”라며 새누리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방송법 개정안의 최대 쟁점은 종합편성채널 등 민간방송사에도 노사(勞使)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당초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이 내용에 대해 잠정 합의했으나 새누리당이 “위헌 소지가 크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법안 처리가 파행을 겪었다.

미방위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도 방송 관련 공방으로 내홍을 앓았다. 이른바 ‘낙하산 사장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법 처리 여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것이다. 이 때문에 미방위가 지난해 8월 이후 처리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민생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여권 내부에선 매번 회기가 열릴 때마다 미방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정부가 요청한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 처리도 결국 불발됐다. 이 밖에 휴대전화기 유통구조를 개선해 가격을 인하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우주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우주산업개발진흥법’ 등도 줄줄이 계류돼 있다. 국회 안팎에선 “창조경제를 주관하는 상임위가 식물상태인 만큼 창조경제가 안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며 “미방위에 야당의 강경파 의원이 다수 포진한 것도 여야 갈등이 풀리지 않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새누리당#방송법#미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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