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캠페인의 핵심은 ‘임농(林農)복합경영’이다. 조림사업과 식량난 해소를 동시에 하기 위해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를 심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농작물을 심어 함께 재배하는 것을 뜻한다. 혼농임업의 또 다른 말인 임농복합경영은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이미 실행 중이다.
이 방식은 산림이 황폐화된 북한에 가장 절실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만성적인 식량난 때문에 ‘뙈기밭’이라도 개간한다며 나무를 베어내는 주민들에겐 장기적 산림 복구사업이 비현실적일 수 있다. 특히 식량난과 함께 에너지난이 겹쳐 땔감을 찾아다니는 주민들을 아무리 통제한다고 해도 어린 묘목을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동시에 연료림 조성도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임농복합경영이다.
북한은 이미 이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2012년 4월 ‘국토관리에서의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에 대하여’라는 교시를 내렸다. 환경 보호와 주민생활 개선을 위해 10년 안에 산림녹화를 달성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마련한 산림 복원 정책 중 하나가 임농복합경영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정용호 박사는 “국토의 80%가 산악지대로 경작할 땅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경제 제재 및 자연재해가 되풀이되는 북한 당국이 산림녹화와 식량난, 에너지난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은 임농복합경영”이라고 설명했다.
캠페인을 통해 실제 북한에서 진행할 임농복합경영은 산의 중간(5분) 아래 토지만을 대상으로 한다. 토양의 침식을 막기 위해 등고선 방향으로 나무와 농작물을 심는다. 나무는 북한의 척박한 토질을 고려해 황폐한 곳에서도 뿌리를 잘 내리고 성장속도도 빠른 아까시나무 오리나무 리기다소나무 싸리 등이 적합하다. 싸리를 제외한 세 나무는 1970년대 남한 민둥산에 집중적으로 심어 산림녹화에 큰 기여를 한 적이 있다.
또 뿌리에 질소 고정 박테리아가 있는 아까시나무 오리나무 싸리는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데도 효과적이다. 빨리 자라는 아까시나무는 1년에 평균 1.5m씩 성장한다. 나무를 심은 지 약 3년 뒤에는 잘라내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밤나무와 호두나무 등 과실수들은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을 이기고 소득을 증대시키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대상 농작물은 주로 콩 옥수수 등이다. 수확물을 직접 먹을 수도 있고 남는 것은 장마당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앞서 ‘유럽연합 프로그램 지원단(EUPS)’은 2009년 11월∼2011년 4월 평안남도 개천시, 황해남도 옹진군 등 두 곳에서 각각 140ha(1.4km²)의 땅에 임농복합경영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EUPS는 밤나무 호두나무 산딸기 등을 심고 중간중간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폭 1m의 잔디를 깔았다. EUPS는 활동 보고서에서 “임농복합경영을 도입한 결과 경사지에서의 작물 수확량이 늘어났다.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산림자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임농복합경영을 도입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캠페인은 또 평양과학기술대에 평양 양묘장을 조성하는 등 선진 양묘기술을 보급해 더 나은 묘목을 과학적으로 생산하는 협력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북한 주민의 땔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탄 보급, 에너지 효율을 높인 개량 아궁이 지원, 바이오 가스 및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 등 연료 전환 대책도 함께 추진한다.
정 박사는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묘목을 북한에 보내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이 군 단위의 시범 지역을 정해주면 우리가 직접 임농복합경영과 에너지 지원 사업을 동시에 진행해 나가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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