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육로를 이용해 평양까지 갔습니다. 아직도 땔감으로 나무를 써서 그런지 도로 주변 산이 온통 벌거숭이였습니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63)은 북한을 방문하고 난 뒤부터 종종 ‘북한에 나무를 심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6·25전쟁 직후 황폐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북한 모습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와 기후변화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캠페인이 시작되기 얼마 전에도 지인과 식사를 하면서 “북한 나무심기 캠페인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아침에 동아일보를 보는데 마침 북한에 나무를 심어주는 캠페인을 시작한다는 것을 보고 반가웠습니다. 2003년 봤던 북한 모습이 떠올라 곧바로 동아일보에 전화해 개인적으로 성금 500만 원을 기탁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요.”
권 사장은 “나무로 무기를 만들 수는 없으니 북한에 돈을 주는 것보다 나무를 많이 심어주는 게 좋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북한의 홍수와 산사태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후손들까지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나무 박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무에 관심이 많다. 그는 “어려서부터 나무들을 눈여겨봐 왔던 덕에 나뭇잎이 모두 지고 난 겨울철에 등산을 가도 나무 이름을 모두 맞힐 수 있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 금토동 토박이인 그는 초등학교 시절 부친을 따라 뒷산에서 해가 질 때까지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손가락 굵기만 한 소나무 묘목을 1000그루 넘게 심었는데 어린 나이에 정말 힘들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때 심었던 나무가 엄청나게 자라 숲이 돼 있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나무와의 인연은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이어졌다. 1993년 현대학원 사무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그는 서울대 수목원장이던 고 김태욱 서울대 농대 교수와 함께 울산에 어린이 자연학습원을 만들고 ‘생명의 나무교실’을 열었다. 권 사장은 “초중고교생들을 자연학습원에 초대해 나무 이름 맞히기, 나무에 보내는 글짓기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나무의 소중함을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의 지론은 “모든 사람이 죽기 전 나무 10그루는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 10그루가 배출하는 산소는 성인 한 사람이 호흡할 수 있는 양입니다. 다른 사람이 심은 나무로 평생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았다면 자기도 죽기 전에 그만큼 나무를 심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권 사장은 기업인들부터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북한 나무심기 캠페인에 동참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만 동참해도 금방 북한의 산을 푸르게 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직접 북한에 가서 나무를 심을 수는 없겠지만 동아일보 캠페인 덕분에 북한에 다녀온 뒤 10여 년간 생각했던 일을 드디어 이룰 수 있게 돼 기쁩니다.”
○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ARS 060-707-1700으로 전화(통화당 3000원 기부)하거나 계좌 이체(우리은행 1005-202-451214·예금주 기후변화센터 아시아녹화기구)를 하면 된다. 문의 아시아녹화기구 홈페이지(아시아녹화기구.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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